[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필리핀 민간 단체가 필리핀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에 대규모 선단을 보내 필리핀 영유권을 표시하는 부표를 설치할 계획으로 알려져 중국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9일(현지시간) EFE통신·필리핀 매체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필리핀의 남중국해 주권 수호를 표방하는 민간단체 '아틴 이토 연합'은 오는 15일께 어선 약 100척으로 구성된 선단을 스카버러 암초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와 연대의 보트 경주'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선단에는 사회운동가, 종교계 지도자, 어민, 기업가, 예술가 등이 승선하며, 필리핀 주재 일본대사관과 스웨덴 대사관 대표들도 동승하기로 했다.
필리핀 북부 루손섬 서해안에서 출발하는 선단은 스카버러 암초 일대에서 조업하는 필리핀 어민들에게 물자를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서필리핀해(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의 필리핀명)는 우리 것'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오렌지색 부표를 띄우기로 했다.
라파엘라 데이비드 아틴 이토 연합 공동의장은 이번 계획에 대해 "중국 선박들을 찾는 관광 여행이나 분쟁을 선동하려는 도발이 아니다"라며 "우리 영토 안에서 필리핀인 시민권을 정당히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표 설치가 "서필리핀해는 강탈할 대상이 아니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중국에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필리핀과 중국의 대표적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선단을 보냈다가 도중에 중국 선박들이 집요하게 따라붙자 선단을 되돌리기도 했다.
스카버러 암초는 지난달 30일 중국 해경선들이 필리핀 해경선 등에 물대포 공격을 가한 곳이다.
이 공격으로 필리핀 해경선의 난간과 지붕이 파손되자 필리핀은 필리핀 주재 중국 공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양국 간 대립이 한층 격화했다.
이곳에 필리핀 민간 선박들이 대규모로 진입할 경우 중국의 반발로 다시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