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 격화에 반대하며 양측이 휴전 협상에서 입장차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카이로에서 재개된 사실을 확인한 뒤 "양측의 입장에 대해 면밀히 평가해 보면 양측이 남아 있는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우리는 그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이 같은 언급의 근거에 대해 "(협상안의) 수정안들이 제안됐고, 거기 담긴 내용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바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상이 "매우, 매우 조기에" 타결되길 희망한다면서도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이 7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데 대해 이스라엘로부터 가자지구로 무기와 자금을 밀반입하려는 하마스의 역량을 차단하기 위한 제한된 범위와 규모, 시간의 작전이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커비 보좌관은 "미국은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지원이 방해받지 않고 흘러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군은 7일 아침 401기갑여단이 라파 국경검문소의 가자지구 쪽 구역에서 작전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검문소 장악 과정에서 20명의 무장 괴한을 사살하고 3개의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전면전을 벌일 경우 미국에 통보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분명히 이스라엘은 그들의 작전에 대해 말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매우, 매우 분명하게 말하건대 우리는 라파에서 중대 작전이 이뤄지는 것을 보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이 피난처를 찾아 라파에 온 가자지구 민간인 100만∼150만명을 보호하는 데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보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가자 남부 지역으로 인도적 지원 물자가 들어가는 두 통로인 라파 검문소와 케렘 샬롬 검문소가 실질적으로 봉쇄된 상황에 대해 "닫힌 검문소들은 열려야 한다"며 "그것들이 봉쇄된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케렘 샬롬 검문소를 내일(8일) 재개방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장-피에르 대변인은 미시시피대학에서 지난 2일 발생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맞불 시위'에 참가한 이들이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확산한 데 대해 "품위 없고 인종차별적"이라며 "영상 속의 행동들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저질스러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격화와 휴전 사이의 중대 기로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지지와 견제를 번갈아 가며 미묘한 외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리는 연설을 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와 민간인 사망자 증가 속에 세를 얻고 있는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지난해 10월 7일 이번 전쟁의 도화선 역할을 한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와 동시에 미국은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을 막후 조율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 의지를 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이스라엘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가는 일부 무기 공급을 잠정 중단했다는 미 언론 보도도 잇따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