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일본의 일부 어린 여학생들 사이에서 체중을 줄이기 위해 극단적으로 식사량을 줄이는 다이어트가 퍼져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CBC테레비에서 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일본 아이치현에 거주하는 와타나베 유안(18)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섭식장애를 앓았다. 당시 와타나베양의 키와 체중은 각각 155㎝, 26㎏으로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였다. 155cm 기준 여자 정상체중은 일반적으로 46~55㎏이다.
와타나베양은 “마른 사람 사진을 보면 ‘이러면 안 되겠다’는 느낌으로 얼마나 체중을 줄일지 게임처럼 (생각했다)”며 “(체중이) 줄어들었을 때의 쾌감에 점점 빠져들었다”고 고백했다.
마른 체형을 갖기 위해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인 탓에 건강 이상이 생기기도 했다. 중학생 때까지 거식증으로 인한 입·퇴원을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더해지며 감정적으로도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와타나베양의 어머니는 “초등학생 아이가 (거식증에) 걸리다니 목숨이 위태로운 건 아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와타나베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비건식을 시작하면서 거식증을 극복해갔다. 현재는 거의 치료된 상태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극복한 와타나베양과 달리, 15년째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30대 여성의 사례도 있었다. 아이치현에 사는 A(33)씨는 10대 때부터 15년 이상 섭식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키 158㎝에 한때 27㎏까지 떨어졌던 몸무게는 현재 38㎏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표준 체중에 한참 모자랐다.
A씨는 “예전에는 30㎏일 때도 아직 살을 더 빼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다”며 “바삭바삭한 뼈가 보이는 정도가 이상적으로 보였고 내 뼈가 보이면 보일수록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도 꾸미고 화장도 하고 할 때라 몸매와 얼굴에 심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열량이 두려웠기 때문에 된장국은 건더기가 작은 무나 미역만, 맛밥도 건더기 당근, 곤약만 집어먹으며 (하루) 30㎉이내로 먹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생활이 반복되자 A씨의 몸에도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27세 때 체중이 27㎏까지 떨어졌던 A씨는 결국 입원을 했다. 걸을 수 없어서 화장실도 갈 수 없었고 옷을 벗거나 입을 수도 없었다. A씨는 당시 체온이 34도까지 내려갔고 맥박도 떨어졌으며 한때는 생명의 위험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A씨는 단백질 등을 챙겨 먹으며 체중을 늘렸지만 여전히 외식도 하지 않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먹지 않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거식증이 아닌 과식증이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매일같이 과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것이다.
A씨는 “한 번 먹으면 멈추지 않게 돼 울면서 토하고 힘든데 또 해버린다”며 “과식 후 구토를 하면 (위산으로) 치아가 너덜너덜해지더라”라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워지고 외로워졌다”면서 “지금 시간은 한순간 밖에 없는데 다 망해가는 느낌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고 싶다”고 호소했다.
CBC테레비는 “마음의 병인 섭식장애 환자는 현재 국가 조사에 따르면 약 24만 명”이라며 “섭식장애 사망률은 약 5%에 달해 마음의 병 중에서는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