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교무회의서 의대 증원안 부결
학칙 개정 앞둔 의과대학에 관심 쏠릴듯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부산대가 7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 내용을 담은 의대정원 증원 학칙개정안을 부결했다. 이에 의대 정원을 늘릴 계획인 남은 30여 곳 의대들의 교무회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대는 의과대학 정원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 이날 오후 4시 대학본부에서 교무회의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심의했다.
총장을 비롯해 단과대학장 등 33명이 참석해 심의했으나 증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는 이날 “본교는 의대증원 학칙개정에 대해 학내 최고심의기구인 교무회의 심의로 정하기로 이미 방침을 정한 바 있다”며 “교무회의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대하여 적절한 규모의 증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개별 대학이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에 국가공동체의 책임 있는 주체들이 하루 속히 만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선행해야 한다”고 부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대학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으로 의대생 집단유급 위기와 전공의 부재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결정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재심의 등을 통해 계획대로 의대 정원 증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학칙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전국 32개 대학들은 지난달 3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 변경안’을 제출하고 대학별로 5월 말까지 학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부산대에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의대 증원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의대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이 확정되면 부산대는 2025학년도에 정원 38명을 늘리기로 했던 계획과 달리, 기존 정원인 125명의 신입생만을 모집하게 된다.
부산대는 의대 정원 증원을 앞두고 의과대학생들과 교수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날 교무회의를 앞두고 의과대학생들과 교수들이 대학본부 1층과 회의가 열리는 6층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다.
부산대 교수회는 지난 3일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평의회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한 바 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정부의 증원 결정 과정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대 증원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수회 결정은 교무회의를 앞두고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선언적 조치로 학칙 개정에 대한 구속력은 없다.
부산대는 기존 125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을 200명까지 75명 늘릴 수 있도록 배정받았다. 하지만 의사 반발과 학내 여건을 감안해 2025학년도에만 증원 배정분의 50%인 38명만 늘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 교무회의를 통해 38명마저도 증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