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터뷰

“비대위의 요구사항은 의대 증원 정책 원점 재검토”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 “의대 증원 결정과정 밝혔다면 반발 없었다”
30일 오후 서울대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참석한 강희경 서울대병원 교수가 전공의 대표의 발표를 들은 뒤 눈물을 흘리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결정한 과정을 납득할 수 있게 알렸다면 반발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우리나라에 어떤 의료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의대 입학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를 확실한 근거를 들어 발표한다면 의료계가 정부안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2000명 의대 증원’을 수용할 수 없다면 의료계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라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필요 의사 수 추계 연구를 공개모집하고 있다. 또 국민이 원하는 의료시스템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오는 10일까지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모습’에 대한 원고도 받고 있다.

강 교수는 “올바른 의료 정책을 제시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 이달 4일에 3기 비대위가 출범했다”며 “온갖 자료를 모아서 우리나라 의료 상황을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을 제시하는 것은 교수들이 잘하는 일이다. 교수들이 해야 했던 일인데 깨닫지 못한 일이기도 하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비대위원장을 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의료계 현안 중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 형사처벌’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들었다. 수가란 건강보험에서 의료기관 등에 의료서비스의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전공의들이 소아청소년과를 더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바로 떨어졌다”고 했다. 2017년에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갓난아기 4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하자 의료진이 구속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강 교수는 “당시 담당 교수가 수갑을 차는 일이 벌어졌다”며 “소아과뿐만 아니라 응급의학과와 흉부외과 등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과에서는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다해도 위험이 따를 수 있다. 고의가 아니고 의무를 다했음에도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걱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정부가 소아청소년과 수가를 올리겠다고 하지만, 예를 들어 원가의 30% 수준밖에 안 되는 수가를 100% 올려준다고 해도 원가의 60%밖에 안 되는 것”이라며 “수가를 정상화했다고 이야기하려면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비대위의 요구사항은 의대 증원 정책 원점 재검토”라며 “무엇이 문제인지 합리적으로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통해 우리 의료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를 통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마련되면 그중 무엇을 선택할지를 다시 논의해볼 것”이라며 “(정부도) 함께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