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출고된 지 한 달도 안된 새 차가 갑자기 2.3km를 질주하다 전복됐다. 생후 11개월 손녀를 태우고 차를 몰던 60대 여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24일 경남 함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시 10분께 함안군 칠원읍 한 교차로에서 60대 운전자 A 씨가 몰던 투싼 SUV(스포츠유틸리티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약 2.3km를 질주하다 전복됐다.
질주는 이 차가 신호대기를 마치고 서서히 출발하면서 시작됐다. 차는 갑자기 속력을 내 앞에 있던 승용차를 추돌하더니, 이후 그대로 달리면서 역주행 차로로 들어섰다. 차는 앞에서 오던 화물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500여m를 역주행하다 겨우 제 차로로 돌아왔고, 다시 앞에 달리던 차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질주를 계속했다. 그리고 길가의 전봇대를 들이받고 튕겨져나가 전복된 뒤에야 달리는 것을 멈췄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 직전 신호 대기를 하며 손녀에게 평온하게 동요를 불러주던 A 씨는 사고가 나자 계속 "이거 와 이라노"라 말하며 당황해 했다. 인근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SUV가 차량과 장애물을 다급히 피하는 모습도 찍혔다.
A 씨는 사고로 갈비뼈가 골절됐고 함께 타고 있던 손녀(2)도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의 차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손됐다. 또 최초 추돌 사고와 교통 표지판 충격 여파로 인근 차량 6대가 일부 파손됐다.
A 씨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하며 차량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A 씨는 MBC 인터뷰에서도 "브레이크를 죽기 살기로 밟았는데 완전히 돌덩어리였다"며 "전혀 밟히지 않고 차량이 제트기처럼 날았다"고 말했다.
A 씨는 20여년 경력의 운전자다. 사고가 난 SUV는 이달 출고된 신차로 알려졌다.
A 씨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브레이크등이 켜졌는지는 햇빛이 강해 블랙박스 영상으로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량 EDR(사고기록장치)과 블랙박스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