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판매 1~3위 중국산...시장독식

국산제품, 中수출은 급감...톱10 밖

사업포기등 기술유출 우려 현실로

기술유출 10년만에 중국산 로봇청소기 국내시장 점령

“가장 기대되는 상품”, “백화점까지 공식 매장 진출”, “출시 10여 일 만에 완판”

한 로봇청소기와 관련된 최근 소식들이다. 해당 제품은 바로 ‘로보락’. 요즘 신혼부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다는 로봇청소기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대에도 불구, 물량 부족을 호소할 지경이다.

로보락은 2014년에 설립된, 10년이 채 되지 않는 중국 회사다. 처음 제품을 출시한 게 2016년, ‘미 홈’이란 제품을 통해서다. 그러더니 어느새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판매 1위 브랜드가 됐다.

로보락 뿐 아니다. 샤오미나 에코백스 등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상위권을 모두 중국산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나 LG 등 국산 브랜드보다 중국산이 국내 시장에서 훨씬 더 많이 팔린다.

역으로 한국산 로봇청소기의 중국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중국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한국산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그리고 중국산이 저가에 이어 고가 제품까지 잠식하고 있는 현주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기술력은 10여년 전만 해도 중국이 추격하기 힘든 격차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국내 로봇청소기 기술력이 중국으로 기술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3년 때다.

로봇청소기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국내 대기업이 10년 넘게 투자해 개발한 로봇청소기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것. 중국업체로부터 고액 연봉을 제안받은 해당 연구원이 이를 유출한 혐의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해당 기술 유출 때문에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6~7년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때 중국의 로봇청소기 기술은 자체 생산이 아닌 OEM(주문자상표부착)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출된 핵심 기술을 통해 이젠 자체 생산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술을 유출한 직원에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도 “기술 격차가 있는 중국 회사를 단기간에 (한국과) 동일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라며 “회사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에도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이유를 들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처절한 현실이 되고 있다. 통계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판매에서 1~3위가 모두 중국 브랜드로 나타났다. 로보락, 샤오미, 에코백스 등이다.

국내기업이 아예 로봇청소기 사업을 정리한 사례까지 나왔다. 유진로봇은 최근 국내 1세대 로봇청소기 브랜드였던 ‘아이클레보’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정리, 내년부턴 사업을 접는다.

역으로, 국내 로봇청소기의 중국 수출은 갈수록 급감 중이다. 코트라의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동향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산 로봇청소기 수입액은 2018년 206만 달러에서 작년엔 33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중국 내 한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불과 0.3% 수준으로 하락했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일본이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인도네시아나 헝가리,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국보다 적다. 심지어 로봇청소기 제조국으론 낯선 스위스에도 밀렸다.

로봇청소기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맞벌이 인구 증가나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등에 힘입어 수요가 꾸준히 증가세다.

코트라 측은 “도시화의 발전, 주민의 구매력의 지속적인 증가, IT 산업 발전 등의 요인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서비스 로봇, 특히 가정 상황에 적합한 스마트 청소 로봇 제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시장 외에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고가 시장에서도 중국산에 밀린다는 건 심각한 현실”이라며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도 한층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