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출마해도 넘어야 할 산 많아”

일각 “인지도에서 승기” 주장도

野 진교훈 전략공천에 與 ‘김태우 딜레마’
김태우(왼쪽) 전 강서구청장,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 [연합]

내달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에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하면서, 국민의힘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5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번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에 대한 결론을 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주에 결론을 내리자고 어제(4일) 최고위에서 이야기가 나왔지만, 공천을 할 지 말지도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며 “아직 기류가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의 관전 포인트로는 단연 김태우 전 구청장의 공천 여부가 꼽힌다. 김 전 구청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폭로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이번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후보를 내어선 안 된다’는 ‘원칙·원죄론’도 당 안팎에서 거론된다. 반면, 유죄 확정 3개월 만인 지난 광복절 특사에서 김 전 구청장이 사면된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당 지도부 내에선 김 전 구청장의 공천을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다른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이 나오고 싶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김 전 구청장을)공천을 하게 되어도 경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구청장의 사면이 공익제보자로 인정받은 만큼 윤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냔 해석들이 있지만, 정작 김 전 구청장이 나와서 지게 되면 그 정치적 부담이 윤 대통령에게 갈 것”이라고 봤다.

또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전 구청장이 진 전 차장에게 밀린다는 결과가 나온 점 역시 향후 공천에 있어 주요 고려 요소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강서구청장 여야 후보 가상대결에서 진 전 차장은 30.1%, 김 전 구청장은 29.9%로 나타났다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오차범위 내 초접전이긴 하지만, 당시 예비후보 중 한 사람이었던 진 전 차장의 지지율이 향후 더 늘어나 두 사람 사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있는 김 전 구청장의 공천이 승부수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보궐 선거는 인지도 싸움”이라며 “진교훈 민주당 후보를 누가 알겠나. 김 전 구청장은 이미 인지도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보궐 선거 비용이 40억원대인데, 원인 제공을 우리가 한 것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 나올 수는 있다”며 “당 지도부에서도 그런 부분까지 감안해 고민이 길어지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재·보궐선거의 경우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치러져 전국단위 선거보다 통상 투표율이 낮은 만큼, ‘인지도’를 주요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점도 한 차례 구청장을 지낸 김 전 구청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역대 재·보궐선거 중 서울 지역 구청장의 경우, 대다수가 30%대 투표율을 보여왔다. 다만, 2007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경우 62.3%, 2011년 양천구청장 보궐선거의 경우 50.4%의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