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권위, 정기회의 공식 상정

경찰이 범죄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공개 지침에 대해 공식 개정 논의에 나선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중요 범죄 피의자의 경우에도 본인이 ‘머그샷(체포 후 촬영된 사진)’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데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오는 17일 정기회의 회의 안건으로 ‘피의자 얼굴 등 신상 공개지침 관련 자문’ 안건을 포함했다. 경찰청 인권위는 경찰 소관 법령 제·개정 및 정책 등에 대한 인권영향평가 자문 기구다.

해당 안건은 인권위가 아닌 경찰청 측 제안으로 안건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작년에 만든 경찰청 인권정책 기본계획 세부과제의 점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장영수 경찰청 인권위원장(고려대 로스쿨 교수)은 헤럴드경제 통화에서 “중요 범죄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공개 문제와 관련, 위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내고 그것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 경찰청 인권위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개인적으로는 ‘머그샷을 모두 공개하자’, ‘모두 비공개하자’ 이러한 결론보다는 특정한 공개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사안이 어느정도 크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지, 해당 피의자를 공인으로 봐야할지 여부의 명확하고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신상공개 관련 법안의 소관 부처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라 해도 본인이 거부할 경우 ‘머그샷’을 공개할 수 없다.

이에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 상의 증명사진 만을 공개해왔는데, 현재 실물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말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머그샷 공개를 거부하자 “신상공개가 결정됐으면 현재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만약 경찰 인권위가 이번 회의에서 신상공개 지침 및 관련 법령 개정을 권고할 경우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

경찰 인권위가 법무부 등 소관부처에 유권해석만을 재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중요 피의자 신상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법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다.

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