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직원들 서러워요?” 200만원짜리 ‘의자계 샤넬’ 기업마다 쫙 깔렸다
SK텔레콤의 거점 오피스 '스피어(Sphere)'에 배치된 허먼밀러 에어론.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사내 복지혜택. 50만원 상당 키보드와 모션 데스크, 그리고 허먼밀러 의자 제공.”

실제 한 IT기업의 경력직 채용 공고 내용이다. 최근 채용 관련 기업 소개마다 경쟁적으로 언급되는 게 있다. 200만원짜리 의자, 바로 ‘허먼밀러(HermanMiller)’다.

요즘 기업은 허먼밀러를 제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뉠 정도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IT업계에선 경쟁적으로 이를 도입하다보니 “없으면 소외감이 든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기업들도 고민이 크다. 가격 부담도 적지 않은데, ‘허먼밀러 의자’가 마치 직원 복지의 아이콘처럼 된 탓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 노사는 최근 연봉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넥슨게임즈 임직원에 허먼밀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넥슨은 작년에도 근무환경 개선 차원에서 사무용 의자를 허먼밀러로 교체한 바 있다.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우아한형제들, 버킷플레이스 등도 이미 허먼밀러를 도입한 기업들이다. 작년엔 SK하이닉스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사업장 직원 의자를 허먼밀러로 교체한다고 공지, 화제를 낳았다.

SK텔레콤도 거점 오피스에 이 의자를 배치했으며, 최근 분당 판교에 입주한 HD현대 역시 사옥 내에 의자를 허먼밀러 제품으로 갖췄다.

허먼밀러 의자는 저가 모델의 경우 100만원대, 그리고 통상 많이 구매하는 에어론 모델은 200만원대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으로 현재 에어론 에디션 모델은 284만원에 판매 중이다.

“없으면 직원들 서러워요?” 200만원짜리 ‘의자계 샤넬’ 기업마다 쫙 깔렸다
[허먼밀러 홈페이지]

허먼밀러는 1905년 미국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100년 넘는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사무용 의자로 알려졌지만, 고가의 게이밍 의자로도 유명하다. 고가 게이밍체어 모델은 가격이 300만원을 웃돈다. 인체공학적 설계를 기반으로 제작, 장시간 앉아 있어도 편안하다는 게 허먼밀러 측의 설명이다.

허먼밀러 의자가 아이콘처럼 자리매김한 건 단순히 ‘성능’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사실 이 의자는 국내 도입 당시 ‘실리콘벨리 의자’로 입소문이 퍼졌다. 이 의자를 갖추면 마치 실리콘벨리의 기업문화를 향유하는 것처럼 인식되면서다. 오랜 브랜드 역사, 인체공학적 기술, 선진 기업문화 상징 등이 더해져 허먼밀러 열풍을 낳았다.

“없으면 직원들 서러워요?” 200만원짜리 ‘의자계 샤넬’ 기업마다 쫙 깔렸다
[허먼밀러 홈페이지]

너무 인기를 끌다보니 부작용도 있다. 특히 중소 IT업계는 내심 부담이 크다. 경력 채용 공고에 ‘허먼밀러 의자 제공’을 명시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회사 규모에 비하면 과한 가격의 의자이지만 요즘 업계 분위기를 보면 안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직원도 마찬가지다. 기업마다 앞다퉈 구매하고 또, 이를 적극 홍보하다보니 이 의자가 없으면 마치 회사에서 홀대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박모(40) 씨는 “왜 우리 회사엔 도입되지 않을까 직원들끼리 얘기 나눈 적이 있다”며 “괜히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 같아 불편한 느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