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 전문 '과학기술의전원' 적극 지원 지시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카이스트(KAIST)에서 추진 중인 의사과학자 육성 대학원 설립과 건물 신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랍니다. KAIST의 의사과학자 양성이 의사협회와 특별한 이해관계 충돌이 없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한국에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전문하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전 과학기술‧디지털혁신기업인과의 대화’ 행사 참석, KAIST의 의사과학자 양성을 적극 지원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KAIST가 추진중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힘을 실었다.
KAIST는 오는 2026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하 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중이다. 의사과학자 전문 대학원 설립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의 영역이 중첩된 민감한 사안이다.
의사과학자는 임상 의료와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는 바이오의료 전문가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의사과학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은 의과대학 졸업생 가운데 한해 1700여명이 의사과학자로 육성되는 반면 한국은 30여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치료제를 미국에 의존할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를 만들어 낼수 있는 의사과학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바이오헬스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나타난다. 반도체를 뛰어넘는 고성장의 바이오헬스 시장에서 한국의 글로벌 점유율은 2% 수준에 불과하다.
KAIST는 의학과 공합을 융합해 8년 과정의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3년 동안 집중적인 의학 교육과 인공지능, 바이오 융합 교육을 거치는 의사과학 기초 과정 후 다시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4년 박사 과정을 밟는다. 의학석사-공학박사를 하나로 통합한 형식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한국이 바이오의료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첨병역할을 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대학의 의대 및 의사단체는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카이스트의 의대 신설이 의사정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의사과학자에서 임상의로 이탈하는 인원이 발생할 경우 자칫 ‘밥그릇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장은 “임상 분야와의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기 위해 졸업 후 10년 동안은 임상의로 근무하지 못한다는 제한도 뒀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임을 감안해 의료계와 과학기술원과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의사과학자 육성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임을 보여줬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약 37%, 글로벌 제약사 최고기술책임자 중 약 70%가 의사과학자다.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화이자는 많은 의사과학자를 보유하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 백신 개발로 174년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화이자의 지난해 매출은 1003억달러(약 123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로 벌어들인 돈(매출 120조원)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