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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공연 폐기물 ‘회당 11㎏’…버려지는 현수막이 굿즈로
문화예술계도 친환경 행보
태양광 발전에 조명 LED로
무대 의상·소모품 배출 줄여
폐악보·배너 등 재활용하기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국내 교향악단 중에선 처음으로 공연 현수막, 배너, 폐악보 등을 재활용해 굿즈를 선보였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전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내 문화예술계의 움직임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화예술계가 다른 분야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이 많진 않지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량과 폐기물 발생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문화계 관계자들은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이나 미술 전시는 무수히 많은 쓰레기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동시대가 주목하는 화두로서의 기후위기를 예술가들이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심하고, 가치 전환과 극복을 위해 실천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국립극단은 올해의 동시대적 화두를 ‘기후위기와 예술’로 정하고, 공연계에서도 선도적으로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에너지 전환, 무대와 의상 소모품, 홍보 전단의 친환경, 녹색 제품으로의 전환 등이 대표적 사례다.

꾸준한 노력을 통한 눈에 띄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명동예술극장 제작공연에서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는 할로겐 램프 사용 조명기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조명기로 대체했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LED 조명기로 교체한 이후, 공연 1회 기준 탄소 배출량이 72㎏이 감축됐다”고 말했다. 교체 전엔 82㎏의 탄소가 배출됐다. 공연 이후 발생하는 무대 폐기물 등의 쓰레기 배출량도 대폭 줄었다. 기존의 폐기율을 100%로 볼 때 무대장치를 폐기하고 올린 공연의 폐기비율은 40%로 줄었다.

국립극장에선 전반적인 시설을 통해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극장에 따르면 해오름극장 옥상에는 99㎾, 국립극장 지상 주차장과 공연예술박물관에는 243㎾ 용량의 태양광 발전 설비 시설을 마련했다. 극장 안의 모든 조명도 LED로 교체했다.

미술계가 배출하는 폐기물도 만만치 않다. 전시장의 가벽은 관람객의 동선을 이끌고, 관람을 수월하게 하지만 그것 자체로 쓰레기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990~1600㎡ 규모의 전시 기준, 평균 5~7t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미술계에선 전시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 한편, 국공립 미술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행동이 이어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도록 비닐·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중지하는가 하면 친환경 종이·재생지로 홍보자료를 제작하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도 악단의 중요한 가치를 ‘지속가능성’으로 삼고, 국내 교향악단 중에선 처음으로 공연 현수막, 배너, 폐악보 등을 재활용해 굿즈를 선보였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 따르면 한 음악회 당 버려지는 홍보 폐기물의 양은 11㎏. 다른 장르와 비교하면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한 달에 약 30회의 공연을 진행하는 만큼 연간 폐기물은 3.9톤에 달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관계자는 “연중 수많은 무대에 오르는 예술단체로서 녹색지구에 대한 화두는 간과해선 안 될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에 최대한 동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현수막을 활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파우치, 폐악보를 새활용한 지갑 등은 제작 과정도 만만치 않다.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 아이템이 되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업한 굿즈를 선보이는 큐클리프에 따르면 현수막은 소재의 특성상 이염이 잘 되고 산업용 염료가 유해물질이 많고, 악보는 종이 소재라 물에 취약해 밑작업이 특히 오래 걸린다. 우연정 큐클리프 대표는 “환경과 미래를 고민한 제품이라고 해서 디자인 요소를 간과할 수 없어 새활용 제품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데도 이런 점을 감수한 음악계의 시도가 지속가능한 지구와 소비를 위해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타라의 새활용 굿즈는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맞서면서도 악단과 음악을 알리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관계자는 “클래식 공연은 시간예술이라 공연 이후의 감정이 금세 휘발된다”며 “1회성으로 소비되는 클래식 공연을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제작해 공연의 감동을 각인하고, 감상의 경험을 오래도록 끌고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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