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까지가 정점인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얼마 전 일일 60만명을 돌파하더니 급기야 누적 1000만명이 확진됐다. 두세 집 건너 한 집은 코로나 확진자가 생긴 세상이 됐다. 30만명이 정점이라던 방역 당국의 말은 양치기소년의 말이 됐다. 방역모범국으로 ‘K-방역’으로 불렸던 상위권 성적표는 어느덧 ‘확진자 세계 1위’라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 이상 높다는 ‘스텔스 오미크론’이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되고 있다. 정점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 시점에서 거리두기는 일부 완화했다. 영업시간은 오후 11시를 유지하고 사람만 6명에서 8명으로 늘린 것은 도대체 무슨 정책적 유의성이 있는가. 국민은 “방역 당국의 말은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라는 의문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불안감을 넘어 이제 ‘어차피 걸릴 텐데’라는 식의 체념과 냉소가 만연하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걸까.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폭발하자 방역 당국은 사실상 확진자 관리에 손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이 치명률 수준에서 계절성 독감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논리와 그에 따라 거리두기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출구전략’을 준비해온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8명·11시 유지’라는 새 거리두기는 확진자 폭증으로 지친 의료계와 자영업자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숫자놀음’ 같아 씁쓸하다. 지금의 사태를 가져온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다. 외국의 한 전문가는 한국이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한 이유에 대해 “똑같이 맞을 매를 맨 나중에 맞고 있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즉 미국이나 유럽 같은 나라들은 코로나 사태 초기에 확진자가 폭증해 이미 걸릴 사람은 다 걸려 지금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추세라면 한국은 초기에 거리두기와 높은 백신접종으로 확진자가 적었지만 강력한 전파력의 오미크론으로 뒤늦게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은 백신면역으로 사망자 전체 숫자는 그리 많지 않고 오미크론으로 인해 뒤늦게 매를 맞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내의 많은 전문가는 대선 등 돌발 변수도 있었지만 방역 당국이 확진자가 폭증하는 시점에 거리두기를 일부 완화하고 새로운 변이에 대해 적시에 대처를 못한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방역 당국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지금 국민에게는 ‘걸릴 사람은 다 걸리니 알아서 각자 건강관리 잘하라’는 식의 메시지 외엔 믿고 따를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전염병의 유행 곡선에서 항상 최정점이 존재하는데 지금은 최정점 구간에 완전히 들어와 있는 상태이지만 스텔스 오미크론 등의 두 번째 파도가 또 오고 있고 다른 변이 바이러스 등의 또 다른 파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게 돼 있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완만하게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3월 말에서 4월 초가 최정점을 찍고 완화될 것이라고 보지만 스텔스 오미크론 등의 변수가 있어 장담을 못하는 것이다.
방역 당국이 할 일은 “이제 정점에 거의 도달했으니 조금만 참고 각자 방역수칙을 잘 지켜 달라”라는 말보다는 앞으로 올 또 다른 파고를 예견해서 응급 체계와 병동 상황을 차질 없이 대비하고 치료제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대비하는 것이다. 치명률이 독감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다는 이유만으로 한 달 반 만에 6000명이 사망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