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인터뷰
세계적 화두인 근감소증, 생각보다 심각
나이들수록 단백질 섭취 늘려야 예방 가능
폭식·편식 땐 체내 흡수·근육생성 효율 ↓
필수아미노산·질 좋은 단백질 섭취 중요
노년층 일일권장량 맞춰 섭취량 늘려야
10~30대는 과잉섭취…성인병 유발 우려
이제는 시리얼이나 음료에서도 ‘프로틴(protein·단백질)’이 붙어야 잘 팔린다. 전 세계적인 단백질 열풍에 모두가 ‘프로틴’ 찾기에 분주하지만 사실 단백질은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해결되는 영양소가 아니다. 국내에서 권위 있는 영양학전문가인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단백질은 자신에게 ‘적당한’ 섭취량을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별과 나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단백질 바로 알기’가 중요해진 시기에 그를 만나 자세한 사항을 알아봤다. 단순히 ‘뼈와 근육을 만드는’ 영양소로만 알고 있었던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맡은 역할이 꽤 많았으며, 섭취방법도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그 중요성만큼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 교수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에서 학·석사 과정을 마친 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까지 대한영양사협회장직을 맡았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위원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나자마자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왜 전 세계인은 갑자기 단백질 섭취에 빠져있는 걸까요?”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화 방지가 강조되고, 젊은 층에게는 다이어트와 근육질 몸매가 인기이며,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면역력 증진이 화두에 오르면서 단백질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죠. 단백질은 그 명칭부터 영양소적 가치가 강조돼 있어요. ‘으뜸’이라는 그리스어(proteios)에서 유래됐는데, ‘여러 영양소 중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몸에서 근육, 뼈 등을 구성할 뿐 아니라 대사 과정을 조절하는 효소와 호르몬의 구성 물질이며, 면역 물질과 신경전달 물질의 주성분이기도 합니다.”
단백질은 최근 언급량이 부쩍 많아진 근감소증(sarcopenia)과도 연관돼 있다. 이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감소되는 현상을 ‘자연스러운’ 노화로만 인식하면 안 된다고 했다. 치매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근감소증은 생각보다 심각성이 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근감소증이 체력 약화뿐 아니라 신체의 모든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발병 시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기초대사량이 줄며, 혈당조절이 어려워집니다. 뼈가 약해지는 동시에 신체균형을 잡기 어려워 낙상 위험이 커지는 등 건강이 빠르게 나빠지죠. 노인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기 때문에 근감소증을 막으려면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야 합니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 치아가 부실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단백질 흡수율과 근육 생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2021)에 실린 인제대서울백병원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2명은 단백질 하루 권장섭취량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노인의 경우 식물성 단백질에만 섭취량을 의존한다면 더욱 모자라기 쉽다”고 지적하면서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질 좋은’ 동물성 단백질을 함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노인일 경우 적절 섭취량은 체중 ㎏당 1g에서 1.2g 정도다. 하지만 근감소증이 있다면 ㎏당 1.2g에서 1.5g을 먹어야 한다. 이어 그는 “BCAA(아미노산 일종) 함량이 높은 단백질보충제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이 아닌 건강한 성인이라면 단백질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특히 한국인의 섭취 문제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부족하지 않은 편이지만 연령별로 차이가 크다는 문제가 있어요. 노인은 섭취량이 부족한 반면, 10대에서 30대까지는 오히려 섭취량이 과다해 40대 이후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유발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 성인이라면 하루에 체중 ㎏당 0.8g에서 1g 섭취가 적당해요.”
보통 성인 남성은 60g에서 65g, 여성은 50g에서 55g이 하루 권장섭취량이다.(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자료, 2020) 하지만 숫자로 알고 있어도 ‘어떤’ 단백질을 ‘얼마나’ 먹어야 할지는 또 다른 막연한 문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육류나 생선은 종류나 부위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대략 50g을 먹을 경우 단백질 10g을 얻을 수 있다. 달걀 1개에는 단백질 6g이 들어 있으며, 우유 200㎖ 한 잔도 동일하다. 두부의 경우 100g(1/3모 미만, 부침용)에 8g의 단백질이 있다.
▶똑똑하게 먹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이 교수는 한국인에게 필요한 단백질 섭취법을 4가지로 들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단백질을 저녁에 몰아서 먹고 있어요. 하지만 하루 섭취량을 세 끼로 나눠서 먹어야 합니다. 이는 소화율과 흡수율을 증가시켜 근육 합성률을 높이기 위해서인데요. 한 끼에 몰아서 먹는 것보다 세 끼에 균등하게 나눠서 먹는 것이 근육 합성효율을 25% 이상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식품의 선택도 중요한 문제다. 핵심 포인트는 ‘질 좋은 단백질’ 과 ‘골고루’이다.
이 교수는 “단백질 식품에 들어 있는 필수아미노산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물성의 경우 지방이 적은 살코기 위주가 좋다”고 했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은 일주일에 2회에서 3회 정도 식탁에 올릴 것을 권고했다. 오메가-3-지방산은 근육 합성을 촉진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단백질 대사 과정과 근육 단백질 합성을 돕는 비타민(B6, D, B12 등), 그리고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 끼 식사에서 단백질 음식과 함께 다양한 반찬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근육 만들기 또는 다이어트를 위해 단백질 음식에만 신경 쓰는 젊은 층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근육의 70%는 수분으로 이뤄져 있으므로 물이 부족하면 근육 기능이 저하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자신의 상황에 맞춘’ 식생활이었다. 이는 단백질뿐 아니라 모든 영양소에 해당되는 말이다. 그는 “방송에서 건강식품으로 소개된 음식에 집착하거나 해당 음식만으로 편식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과 ‘균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식생활정보가 쏟아지고, 단백질 열풍에 휩쓸려 균형잡기가 어려운 시기에 더욱 유념해야 할 조언이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