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화기애애 만찬이었는데” 李 “살짝 긴장 흐른 대화”
‘공천’ 언급 알려지자 선대본부 공개저격 “구태 보여”
崔만나 의사 확인한 尹 “조건없이 도와주겠다 말씀”
洪 “합류 조건 아닌 공천 문제 꼬투리로 구태로 공격”
‘尹반대’ 지지층 설득할 명분 확보 실패…합류 가능성은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된 선거대책본부 참여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된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원팀’ 구성의 큰 퍼즐이었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선대본부 합류에 적신호가 켜졌다. 선대본부와 홍 의원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19일 2시간30분 회동 “이견 없었다” “살짝 긴장 흘렀다”=지난 6일 윤 후보는 홍 후보에게 새해 안부 겸 전화를 했고, 홍 의원이 “다음 주쯤 보자”고 답했다. 6일은 윤 후보가 선대위를 해체한 후 이준석 대표와 극적인 화합을 이룬 당일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의 만남은 19일 전격 성사됐다. 윤 후보가 18일 홍 후보에게 만찬을 제안했고, 홍 후보가 주말 지역 일정을 언급하며 19일로 정해졌다.
두 번의 전화통화 사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20%대까지 가라앉았다가 극적 봉합 후 회복세를 보이는 지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윤 후보는 첫 통화에서 홍 의원의 ‘홍카콜라 TV’ 출연을 제안했을 만큼 정성을 보였으나, 지난 16일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홍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배석자 없이 두 사람만이 만난 19일 비공개 만찬 회동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홍 의원은 “아무런 이견(異見)도 없었던 두 시간 반 동안의 화기애애한 만찬이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살짝 긴장이 흐른 대화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만찬 후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 “두 시간 반 동안 윤 후보와 만찬을 하면서 두 가지 요청을 했다”라며 ▷국정운영능력 담보 조치 ▷처가 비리는 엄단 대국민 선언을 밝혔다. 이 조건이 해소되면 중앙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공천’ 언급에 발칵 뒤집힌 선대본부=회동 이후 홍 의원이 첫 번째 요청사항 중 서울 종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대구수성구청장 전략공천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선대본부는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20일 원내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홍 의원을 저격한 것이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현안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 구태에서 벗어나 공정과 상식으로 정치혁신 이루고 이를 통해서만 정권교체 가능하다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는 데 홍 의원도 당연히 동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공천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며 "공관위원회에 맡겨야한다"고 말하며 홍 의원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또 윤 후보는 20일 최 전 원장과 깜짝 회동했다. 윤 후보가 최 전 원장의 종로 출마 의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당의 공식 후보를 조건 없이 도와주고 지지하겠다고 말씀하셨고 그 기조는 지금도 변함없으시다고 했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종로 출마는 홍준표(의원)랑 사전에 대화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불쾌한 洪 “참으로 가증스럽다”=홍 의원은 21일 대선일까지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던 페이스북에 잇달아 글을 올렸다.
홍 의원은 비공개 회동 내용을 공식 석상에서 ‘구태’로 지적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누구나 공천에 대한 의견제시는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다루어 지면 되는 것인데 그걸 꼬투리 삼아 후보의 심기 경호에 나선다면 앞으로 남은 기간 선거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당대표, 공천위원을 하면서 전국 공천도 두 번이나 해본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만찬 회동에서 여러 조언을 이야기했고 막바지에 윤 후보가 기타 다른 조언을 부탁하자 공천과 관련해 1분 남짓 조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튿날 느닷없이 수하들이 나서서 잠깐 제안했던 합류 조건도 아닌 공천 추천 문제를 꼬투리 잡아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공격하고 순진한 최재형 원장까지 동원해 나를 비난 했다”며 “다른 건 몰라도 합의 결렬의 원인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洪 합류 명분 확보 실패·세력 다툼 양상도=홍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윤 후보에게 6.35%포인트(p) 차이로 대선후보 자리를 내어주었다.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37.94%)보다 홍 의원(48.21%) 앞섰으나, 당원 투표에서 8만여 표차이였다. 두 번째 대선을 접어야만 했다.
홍 의원을 지지했던 2030세대의 실망감이 커졌다. 특히 홍 의원 지지층에는 윤 후보에 반대하는 팬덤이 많다. 홍 의원이 윤 후보 선대본부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지지층을 설득할 명분이 중요하다. 홍 의원은 그 명분으로 ‘국정운영 능력 보완’과 ‘처가 비리 엄단 요구’였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천 문제는 회동 막바지에 윤 후보가 다른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잠시 언급한 것이라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에서 공천에 대한 잡음을 줄이고 대선에 집중하기 위해 종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여론조사 공천으로 하기로 정했다. 수면 아래로 간신히 내려놓고 있지만,현재 선대본부 안팎에서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가 될 종로 등에 신경전이 거세다. 구체적인 하마평도 나온다. 간신히 잠재운 논란의 씨앗이 홍 의원의 ‘공천’ 언급으로 수면 위로 떠 오른 셈이다.
홍 의원 입장에서는 선의를 위한 제안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결국은 선대위 합류를 위한 명분 사수에 실패한 모양새다. 다만 홍준표 경선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조경태 선대본부 직능본부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이 그렇게 합류하려고 하는데 (윤핵관이) ‘가로막고 있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느냐”며 “거기에 해석을 잘하면 답이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