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6개월 이상땐 대기업 매출 8%감소”
자동차·석유제품 산업 등 타격 가장 커
신산업 육성·코로나 피해기업 자금지원 필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간신히 2% 성장률을 턱걸이한 뒤 올해 반등을 점치던 한국 경제는 주력 제조업의 붕괴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다시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본격화하는 인구절벽까지 더해지며 경기 부진이 장기화·구조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당장 경제전선의 최전선에 선 기업들의 긴장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올해 기업들의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 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2002년 사스(9개월 지속)나 2015년 메르스(8개월 지속)처럼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국내 대기업의 올해 매출액과 수출액은 각각 평균 8.0%, 9.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6개월 안으로 진정되더라도 매출액과 수출액의 예상 감소폭은 각각 3.3%, 5.1%에 달한다.
문제는 이미 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전통 산업들이 받을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이다. 이미 자동차와 조선, 기계,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의 발빠른 추격 속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태다. 특히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석유제품 부문을 다루는 정유와 화학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기준 국내 기업들의 석유제품 수출물량 중 20%를 가져갈 만큼 우리에게 큰손이다. 제품별로 보면 경유, 항공유, 벙커C유 순으로 수출물량이 많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중국 내 교통이 통제되고, 항공편이 줄어들면서 경유와 항공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중국이 자체적으로 정제시설을 구축한 데다 IMO 2020 탓에 지난해 벙커C유 수출도 급감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져 정유사들의 실적부담 우려는 더 커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 18년간(2001~2019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7% 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핀란드(-1.8%p)나 슬로바키아(-2.4%p), 스페인(-2.4%p) 등에 이어 8번째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독일(0.8%p), 멕시코(0.2%p), 터키(1.6%p) 등의 잠재성장률이 오히려 오른 것과도 대비된다. 경제성장률 또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 OECD 회원국 23개 국가 중에서 성장률 낙폭이 가장 컸다.
주력 제조업의 붕괴를 만회하기 위해 신산업의 육성이 시급하지만, 높은 규제의 벽에 막혀 발전 속도는 더딘 상태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중심으로 신산업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타다 금지법’ 논란에서 보듯 여전히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곽노성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현장 애로해소만으로는 다수가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규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수요 발굴과 핵심 규제개혁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 생산연령인구(15~64살) 감소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경제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6만명의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한 데 이어 올해 23만명으로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생산 및 소비 둔화는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평가된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인구감소는 성장률 하락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며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선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며 코로나 사태에 따른 피해기업에는 수출·통관 지원 강화나 자금지원 확대 등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