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두고 또다시 갈등 양상이다. 경찰은 17일 브리핑을 열고 과거 국과수 감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당시 국과수 감정이 ‘조작’이라고 밝힌지 일주일만이다. 그러자 검찰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8차 사건 국과수 감정서는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것이 아닌 일반인의 체모였다’며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또다시 이를 재반박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7일 밤 9시30분께 기자들에게 보낸 ‘이춘재 살인사건 검찰 반박문 관련 수사본부 입장 알림’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당시 일반인의 체모를 현장에서 수거된 체모인 것처럼 조작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재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17일 오전 경찰의 브리핑 이후 같은날 오후 8시께 이를 반박했다.
검찰은 범죄 현장에서 수거하지 않은 전혀 다른 일반인의 체모를 현장 음모인 것처럼 가정하고, 나아가 감정결과 수치도 가공했다며 이를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또 윤씨와 다른 용의자 10명의 대조시료(현장음모)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아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수사본부는 “원자력연구원에서 시료분석을 담당했고 현재도 근무중인 A박사를 수회에 걸친 면접 및 질의 응답 결과, 당시 국과수에서 분석 의뢰한 것은 현장의 음모”라면서 “용의자들의 시료(음모)는 샘플이라고 명시해 분석의뢰했다”고 반박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국과수 감정서가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일주일전 검찰 발표를 반박했다. 검찰은 8차 사건의 윤모(52) 씨를 당시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 데에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윤씨 사건 당시 ‘모발에 의한 개인식별’ 관련 연구를 진행한 국과수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법과학분야에 도입하면서 8차 사건 시료 분석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합·첨삭·가공·배제해 감정상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과수 감정서는 ‘조작’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 ‘오류’라고 맞섰다. 경찰 관계자는 “조작이라는 건 없는 것을 지어내 만드는 것”이라며 “국과수 감정 과정을 시료 분석 결과값을 인위적으로 조합, 가공, 첨삭, 배제해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을 겨냥한 듯한 날선 발언도 눈에 띄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국과수 조작 발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검찰에서 짧은 시간안에 이렇게 (조작이라고 한 것)한 게 놀랍다”, “저희 나름대로 이해하기 쉽게 한다고 설명하려고 했는데 ‘머리 좋은 분들(검찰)’은 빨리 해결하는 것 같은데” 등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