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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민아, “별명은 ‘걱정인형’…외모 지적 댓글에 자신감도 떨어졌는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끝나면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좀 슬픈 것 같아요.” 금세 아기같은 얼굴을 하고선 울상이다. 그럴 법도 하다. 모두가 의문부호를 찍었던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민아(본명 방민아ㆍ23)의 첫 지상파 주연작. 누구도 성공을 예측하지 않았다. “제작진도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시청률 15%를 거뜬히 넘겼고, 민아는 첫 주연작의 우려를 딛고 ‘연기돌’로 거듭났다. “남궁민 오빠가 아니었다면 공심이가 이렇게 사랑스럽게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드라마를 끝낸 민아는 다시 걸그룹 멤버답게 화사해졌다. ‘미녀 공심이’(SBS) 내내 잘 나고 예쁜 언니와 비교당해 주눅 들기 일쑤였다. ‘취업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생겼던 공심이를 연기하기 위해 일자 단발머리 가발을 착용했다. “생명과도 같다”던 아이라인도 지웠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민아는 찰랑거리는 긴 머리에, 메이크업까지 꼼꼼히 하며 그간의 한을 풀었다.

민아에게 ‘미녀 공심이’는 7년간 쉼 없이 달려온 연예계 생활로 인해 에너지가 바닥 난 무렵 만난 드라마였다. “힘을 내고 싶어도 힘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지친 상태에서 대본을 받았어요. 제가 주연이라니… 말이 되나요.”

부담도 컸고, 내내 조심스러웠다. 대본을 받은 뒤 가벼운 마음으로 제작진과 미팅을 가졌다. 미팅 자리의 목적을 그제야 알게 됐다. 애초 민아를 여주인공으로 염두한 자리였다. 드라마는 당초 ‘야수의 미녀’라는 가제가 붙었으나, 민아의 캐스팅과 함께 ‘미녀 공심이’로 제목을 바꿨다. 여주인공의 이름을 내건 작품은 온전히 민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원톱’ 드라마라는 인상이 짙다. 민아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았다. 부담을 안고 시작한 첫 작업은 공심이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저와는 다른 삶을 사는 아이처럼 보이지만 공심이와 교감한 부분이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차별을 받았고, 그래서 자존감이 떨어졌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외롭고…그 외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공심이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열네 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데뷔 7년차가 됐다. “방민아라는 사람도 그래요. 데뷔를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귀여운 눈웃음과 사랑스러운 외모로 무대를 장악했다. 걸스데이라는 그룹을 알린 일등공신이지만 어린 나이에 겪은 다양한 일들은 민아의 성장과정을 적지 않게 흔들었다.

“외모를 지적하는 댓글에선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못생겼다’고…‘어떻게 일반인보다 못생겼는데 연예인이 됐냐’는 반응이요. 전형적인 미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도 그렇다고 제 외모로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었거든요. 99개의 칭찬이 있어도 하나의 지적이 더 신경쓰더라고요.”

공심이의 삶에 다가가려다 보니 민아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향했다. 길었던 연습생 시절을 돌아보고, 지금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감정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저도 공심이처럼 싫은 소리 못 하고, 차곡차곡 쌓아두는 편이에요. 공심이를 연기하려다 보니 연습생 시절을 되집어보게 되더라고요. 데뷔하고 싶었던 간절함과 서글픈 감정을 떠올리게 됐고요.”

혹독했던 연습생 생활 이후 데뷔를 하고 난 뒤 민아는 소위 말하는 ‘입덕’ 멤버로 자리했다. “그런 것에 대한 부담도 컸어요. 어린 나이이다 보니 관심과 사랑에 대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고요. 이유없는 질타도 많았고,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떨어졌죠. 사실 친구들은 저를 걱정인형이나 쭈그렁탱이라고 불러요. 워낙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공심이를 연기하며 위로받고 치유받았어요.”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캐릭터에 진심으로 다가서자 모두가 의심했던 연기만큼은 대반전이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민아를 ‘발견’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남궁민은 이미 자신의 예상보다 “500%는 잘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 끝내고 난 지금은… 65점 주고 싶어요.” 민아는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자신의 연기에 61점을 줬다. 다소 박한 점수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4점을 더한 건 수고했다는 정도의 의미예요. 사실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연기가 익숙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공심이 이전과 이후로 분명 성장한 부분이 있어요. 백수찬 감독님, 남궁민 오빠와 모든 선배님들의 조언과 가르침이 커서 성장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연기를 마스터링했다고, 스펙트럼을 늘렸다고 하기엔…제가 또 얼마나 연기가 늘었겠어요. 아후. 말이 안돼죠 그건.”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화려한 연예계 생활에서 주목받는 걸그룹 멤버로, 이제는 연기자로 한 폭 더 나아갔다. 민아는 그런데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제가 연기를 계속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글쎄요. 제가 계속 이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불투명한 또래의 20대처럼 민아도 같은 삶을 산다. “잘 맞지 않는다”는 연예계 생활에 지칠 때엔 “미국으로 건너가 맥도날드에서 알바를 하며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그럼에도 주어진 역할엔 언제나 치열하다. 민아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의 PD들은 한결같이 “너무나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말한다. “잘 하진 못 하더라도 열심히 해야죠.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전까진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요. 저희 멤버들이 다 그래요.” 바닥까지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성실함이 민아를 비롯해 걸스데이 멤버들의 생존방식이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가수로서의 길, 배우로서의 길….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한다면, 크든 작든 제가 할 수 있는, 맡을 수 있는 역할 안에서 차곡차곡 쌓아가야죠.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랑이 오지 않는다 해도 도전할 수 있는 거니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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