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서초구’ 크기 개인 섬에 자기이름 ‘썼다 지운’ 아랍왕족…왜?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몇 년 전, 위성사진 한 장이 세간의 화제가 됐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주말용, 출고가능) [슈퍼리치] 서초구 크기 개인 섬에 자기이름 ‘썼다 지운’ 아랍왕족…왜?

‘하마드(HAMAD)’란 글자가 사막에 선명합니다. 구글 어스에서 잡힌 이미지입니다. 어디냐구요. 아라비아 반도 동남부 ‘알 푸테이시(Al Futeisi)’란 섬입니다. 면적은 50㎢정도로 서울 서초구(약 47㎢)보다 조금 넓습니다. 이 섬 동쪽 바로 옆엔 아랍에미리트(UAE)를 이루는 토후국이자 UAE수도이기도 한 아부다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말용, 출고가능) [슈퍼리치] 서초구 크기 개인 섬에 자기이름 ‘썼다 지운’ 아랍왕족…왜?

이 거대한 조형물(?)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거슬러 올라가보니 2010년부터 있었습니다. 포브스ㆍ데일리메일 등 서구 외신들은 한 발 늦은 2011년 7월 이 사진이 “올해 63세인 아부다비 왕족 셰이크 하마드 빈 함단 알 나얀(Sheikh Hamad Bin Hamdan Al Nahyanㆍ이하 하마드)이 갖고있는 이 섬에 자신의 이름 ‘HAMAD’를 새긴 것”이라고 전합니다.

살짝 자세히 볼까요. 이건 ‘HAMAD’란 모양으로 만든 수로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알파벳 ‘H’ 왼쪽 위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는 게 보이실겁니다. 물이 ‘M’까지 이르렀군요.

▶주말용, 출고가능) [슈퍼리치] 서초구 크기 개인 섬에 자기이름 ‘썼다 지운’ 아랍왕족…왜?

외신들은 이 수로가 H부터 D까지 너비 3.2km라고 전합니다. 서울 여의도공원 산책로 길이(3.9km)에 버금가네요. 세로 길이는 1km로 알려졌습니다.

종합하면 아부다비 왕족 하마드가 서울 서초구만한 개인 섬에 여의도공원 길이와 맞먹는 ‘운하’를 팠단 이야기인데요.

대체 왜 그랬을까. 물론(?), 하마드 본인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온갖 추측이 무성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게 있는데요. ‘HAMAD’수로가 새겨진 이 섬은 리조트와 골프코스, 그리고 승마장 등을 갖춘 고급휴양지라고 합니다. 당시 포브스는 “(하마드가) 관광 목적으로 이 섬을 홍보하기 위해 수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수로가 사라졌습니다.

구글 어스로 본 아래 사진 가운데 맨 위는 2010년에 촬영된 겁니다. 2012년 4월에 찍힌 중간 사진을 보니 오른쪽 A와 D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두 달 뒤에 보니 HAMAD 전체가 지워졌네요(아래 사진)

[슈퍼리치] 서초구 크기 개인 섬에 자기이름 ‘썼다 지운’ 아랍왕족…왜?

결국 하마드의 ‘HAMAD’수로는 최소 2년 정도 유지되다 없어진 건데요.

없어진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이 역시 명확히 알려진 소식이 없습니다. 여러 매체들이 하마드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불발로 끝났습니다.

그나마 2013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하마드 수로공사에 참여했던 현지인물과 연락해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는 “(수로는) 중간까지 파다가 멈춘 상태였다. 하마드의 친척인 다른 아부다비 왕족이 공사 중단을 지시했다”며 “(왕실에선) 하마드의 이 프로젝트가 ‘아부다비 2030’ 계획과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합니다.

아부다비 2030계획은 중장기 사회간접자본투자 계획입니다. 일종의 ‘국가비전 2030’인 셈인데요. 아부다비의 경우 2016년에만 우리돈 17조∼23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가 예정됐다고 합니다. 2030년까진 30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슈퍼리치] 서초구 크기 개인 섬에 자기이름 ‘썼다 지운’ 아랍왕족…왜?

결국 한 왕족의 ‘자부심(?)’이 투영된 개인적 홍보사업이 집안의 결정으로 중단된 것이죠.

하지만 하마드는 여전히 억만장자입니다. 개인자산은 230억달러 정도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