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국왕의 8번째 부인…7명의 아들들 왕위 이어
보통의 왕실은 장자 상속이 원칙이다. 그런데 사우디 왕실은 형제 상속이 6명째 이어지고 있다. 그리 오래된 전통도 아니다. 1953년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유언 때문이다. 배경에는 사우디의 ‘수퍼 우먼’인 수다이리 왕비가 있다.
사우디 왕실은 코란에 따라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은 총 16명의 여성과 결혼했고, 45명의 아들을 슬하에 두었다. 현재 생존한 이들만도 36명이다.
장자 상속은 부자간 유대가 바탕이다. 형제 상속이면 형제간 결속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45명의 형제 가운데 가장 큰 세력이 수다이리 왕비가 나은 7명의 아들, 즉 ‘수다이리 세븐(7)’이다.
하사 빈트 아메드 알 수다이리(Hussa bint Ahmed Al Sudairi)는 이븐 사우드 국왕의 8번째 부인이자 가장 사랑한 아내로 알려져 있다. 7남 4녀로 가장 많은 자녀를 낳은 것도 이를 증명한다. 사우디에서 수다이리는 미모와 지성, 현명함을 두루 갖춰, 서방 인물로 비교하면 ‘철의 여인’이라 불리던 영국의 마거릿 테쳐 전 수상과 ‘테레사 수녀’를 합친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다이리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 토호 가문의 딸이다. 이븐 사우드 국왕의 모친과 같은 가문으로 수다이리의 부친인 아마드 빈 무함마드 알 수다이리는 이븐 사우드 국왕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그래서 수다이리의 형제들도 모두 사우디 정계에서 지위가 높다.
그런데 수다이리는 이븐 사우드와 두 번이나 결혼했다. 1913년 13살의 나이로 당시 30살이 넘은 이븐 사우드와 결혼했던 수다이리는 결혼생활을 깨고 이븐 사우드의 이복형제인 무함마드 압둘 라흐만과 재혼했다. 라흐만은 수다이리와 동갑이었다. 둘 사이에서 아들 압둘라 빈 무함마드도 태어났다.
그런데 1920년 이븐 사우드는 이복동생을 이혼시키고 수다이리와 재혼한다.
수다이리가 8번째 부인이었던 탓에 그의 아들들에게 왕위가 돌아올 때까지는 적지 않은 세월이 필요했다. 수다이리 세븐은 4대 국왕인 칼리드가 1975년 즉위를 도우면서 권력에 다가갔고, 5대 국왕에는 수다이리의 장남인 파흐드가 오른다. 파흐드 국왕은 1982년부터 2005년까지 23년간 집권하며 수다이리 세븐의 권력을 철옹성으로 만든다.
2005년 6대 국왕에 수다이리 소생이 아닌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국왕이 파드 국왕 다음으로 왕위에 올랐을 때 외신은 수다이리 세븐의 세력이 약해졌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수다이리 세븐은 압둘라 국왕 때도 오랫동안 유지하던 국방장관, 내무장관 직을 유지하며 권력을 지켰다.
압둘라 국왕은 이븐 사우드 국왕의 막내 아들이지만 ‘수다이리 세븐’이 아닌 무크린 왕자를 계승서열 2위인 제2부총리에 지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초 압둘라 국왕에 이어 왕위에 오른 것은 수다이리 세븐의 다섯째 살만 국왕이었다.
현재 살만 국왕의 후계자는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다. 수다이리 세븐의 둘째인 나예프 왕자의 차남이다. 그가 왕위를 잇게 되면 사우디는 1953년 이후 처음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물론 ‘수다이리 세븐’의 피가 계속 아라비아 반도 ‘검은 황금’의 주인이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