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고른 성장세 전망 정부재정 역할 축소…투자 등 민간주도 성장 유도
정부의 올해 상반기 재정 집행비율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로 축소된다. 그간 계속돼 왔던 재정 조기집행 기조가 올 들어 크게 약화되는 것이다. 성장에 있어서 정부 재정의 역할을 축소하고 투자 등 민간부문이 경기회복을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상반기 재정집행 목표치를 50% 초중반대로 잡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08년 49.8%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는 과거와 같은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아닌 연중 고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성장패턴을 고려해 상반기에 50% 중간대 정도로 재정집행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4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최근 매년 단골로 제시됐던 ‘재정 조기집행’ 표현을 뺐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상반기 60%를 넘는 재정을 쏟아부어 경기 부양을 시도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을 받았던 2009년에는 그해 재정 중 64.8%를 상반기에 집행했다. 2012년과 지난해에도 60%가 넘는 상반기 재정 집행률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지난해 2분기부터 전 분기 대비 0%대 저성장 고리를 끊고 1%대 성장률에 진입하는 등 회복세가 계속되고 올 상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재정 조기집행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1~4분기 모두 전기 대비 1% 안팎의 고른 성장을 보이며 정부가 관측한 연 3.9%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민간이 성장을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중도 담겨 있다. 그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투자, 소비 등 내수 부문에서 성장을 이끌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올해 경제정책의 큰 줄기다.
다만 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같은 대외 변수가 상존하고 있고 지난해 4분기 집행되지 않은 불용(不用)예산 및 철도파업에 따른 산업계의 피해 등을 고려해 올해도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에 다소 많은 재정을 집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및 관련 민간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상반기 재정 집행 목표치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