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장률 둔화·디플레 위기 가계 등 부채조정 본격화 가능성 보험업, 고령화로 시대적 중요성 사회안전망 등 역할 극대화를

<경제광장 - 강호>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와 보험산업의 가능성

2010년 이후 크게 하락한 경제성장률 추세가 우리 경제의 일본식 저성장,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 연평균 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우리 경제가 최근 2년은 2%대로 낮아졌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 이하로 하락하여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모든 경제주체들이 떨쳐버릴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의 장기불황 이유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 실패 등 수요와 관련한 설명,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력 저하, 좀비기업 생존에 의한 생산성 감소 등 공급에 기반한 설명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전자는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였으면 장기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고, 후자는 구조조정 등 경제체질을 개선하였으면 불황은 단기간에 그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버블 붕괴 시 수요관리와 같은 거시정책도 중요하지만 구조조정 등 미시정책도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위와 같은 정책 측면보다는 기업과 가계의 부채조정에 의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장기불황을 설명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산가격 폭락 정도가 워낙 커서 부채조정 기간이 길어졌고, 결과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오랜 기간 회복되지 못하여 경기부진이 장기화하였다는 것이다. 소비와 투자 부진에도 적자재정을 통한 정부지출 확대가 경제성장률을 그나마 플러스로 유지시킬 수 있었으며, 그 대가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아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러 측면에서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산가격은 아직 폭락하지 않았으나 가계와 기업의 부채 수준이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어 부채 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은 한계기업을 제외하고 부채비율을 줄이고 있으며 수익성 악화로 투자를 미루고 있다. 가계는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였고 노후생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 수출로만 경제를 끌어가기에는 한계에 달하였다. 일본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 부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부채의 연착륙과 함께 경제활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거시적 미시적 모든 대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부채 조정을 본격화하였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가계와 기업의 부채 수준이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보험업은 수익성 측면에서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부채 조정 과정에서는 금융중개기능이 약화되어 은행업과 금융투자업의 성장이 제약되나, 부채 조정의 영향이 작은 보험업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선진국의 경우와 같은 부채 조정이 본격화되면 경제가 상당기간 부진해지고 금융중개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 보험업만이 금융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게다가 보험업의 본질은 경제주체의 미래 불확실성 회피를 가능하게 하여 경제주체의 투자와 소비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험업이 경제발전 단계에 맞춰 성장해 왔다면, 앞으로는 경제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특히 인구고령화로 인한 노후건강, 노후소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업의 이와 같은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책당국은 이러한 시각을 갖고 보험업의 본질적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재무건전성 규제를 합리화하고 지급결제, 업무영역, 자산운용 등과 관련된 규제를 다시 짚어 보아야 하며, 사회안전망의 한 축으로서 보험업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강호 보험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