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엔진 분출시험을 실시한 배경은 뭘까.
이번 시험은 지난 9일 감행한 5차 핵실험 이후 첫 군사조치로, 지난 2월 발사한 장거리미사일 관련 기술 개발 차원으로 분석된다. 흰색 상의 차림으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띤 김 위원장은 시험 결과에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면서 “우주과학기술과 우주산업은 국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이번 엔진 분출시험이 ‘평화적 우주개발’의 일환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북한은 이전에도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한쌍으로 묶어서 핵실험 이후에는 어김없이 탄도미사일 시험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도발 패턴의 반복에 다름 아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밝힌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엔진 분출시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기술이라는 점에서 이전에 쏘아올렸던 지구관측위성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북한이 표현하는 지구관측위성은 저궤도위성으로 고도 500~1500㎞를 돌지만, 정지위성은 고도 3만6000㎞를 돌기 때문에 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인공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의 김병진 대표는 “정지위성을 실제 궤도까지 올리려면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술을 시험했다는 얘기”라며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성 발사체 측면에서 용량이나 크기, 높이 등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정지위성 기술을 확보한다면 지구상 어느 곳이든 타격 가능한 ICBM과 관련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남겨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은 2012년부터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서해발사장 발사대 높이를 올리고 평양에 위성관제센터를 설치하는 등 우주개발을 빌미로 한 사실상 ICBM 개발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엔진 분출시험 공개 시점도 미묘하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5차 핵실험에 대해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응을 견인해나가기로 합의한 직후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ㆍ압박에도 불구하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최악의 홍수로 심각한 수해를 입었다면서 이 같은 군사적 도발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북한의 이번 시험은 지속적으로 장거리미사일과 핵운반능력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핵ㆍ미사일 개발 야욕을 드러내면서 조만간 추가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이번 시험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새 제재가 채택되면 그에 맞대응해 무력시위로써 인공위성을 쏘겠다는 위협”이라며 “김정은은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양 교수는 특히 “시기적으로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직후가 될 것”이라며 “결의안이 10월 초순 이전 나온다면 10월10일 당 창건일, 그 이후라면 11월8일 미국 대선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