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처, ‘2025 예산안 분석 자료’
기순대 국가경찰-자치경찰 중첩 지적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조지호 경찰청장이 각별히 챙기는 정책인 ‘기동순찰대’(기순대)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자치경찰의 지역밀착 업무까지 수행, 예산 활용이 부적절하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이 나왔다. 국회는 새달부터 본격적으로 내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의 기순대 예산 씀씀이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예산정책처가 펴낸 ‘2025년 예산안 분석 자료’를 보면 경찰청의 내년 예산안(국가예산) 가운데 기순대를 비롯해 유실물종합시스템, 총포·화약류 안전관리, 풍속수사팀 등 운영이 포함된 ‘범죄예방 및 생활질서유지’ 내년 예산은 130억8800만원 편성됐다. 올해보다 7.4%(9억여원) 증가한 수준이다. 기순대 운영을 위한 내년 예산은 55억9500만원으로, 올해보다 3억6000만원(6.8%) 가량 늘었다.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기순대의 역할과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애초 조직 설치 목적이 무색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동순찰대
지난해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경찰이 범죄 예방·대응을 위해 올해 2월 신설한 조직. 현 조지호 경찰청장이 경찰청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기순대 창설을 챙겼다. 기존의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 인력은 그대로 두고, 경찰청·경찰서 근무자를 감축해 기동순찰대 인원을 확보했다. 각 시도경찰청 소속으로, 전국에 28개 대 2700여명 규모로 편성됐다. 통상 8~9명의 경찰관이 팀을 이뤄 치안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범죄 예방 활동 등을 벌인다.
경찰은 당초 기순대를 출범하면서 ‘칼부림’ 같은 이상동기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대규모 재해와 재난에 대응한다는 취재를 내세웠다. 하지만 경찰청이 내놓은 기순대 우수 활동사례에는 주민 대상 범죄예방 교육을 했다거나, 미작동 폐쇄회로(CC)TV와 가로등을 확인해 관할 지자체에 보수를 요청하고, 독거노인에게 지자체의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줬다는 사례들이 들어 있다. ‘국가경찰’로 기능해야 하는 기순대가 각 지자체의 ‘자치경찰’ 역할까지 중복 수행한다고 예산정책처가 꼬집은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찰사무는 국가경찰(경찰청)-자치경찰(시·도자치경찰위원회)로 나뉘어 각 영역별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 조직과 임무도 나누고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자치경찰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안전을 위한 순찰·시설 운영, 주민 방범활동 지원, 지역 교통 안전 활동, 학교·가정폭력 예방과 수사 등을 맡는다.
기순대의 운영재원은 국가경찰은 경찰청 예산(국가예산)을 활용하고, 자치경찰은 각 시·도의 자체 재원을 쓴다. 예산정책처는 “국가 예산을 활용해 설치된 기동순찰대가 자치경찰의 업무까지 수행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기동순찰대원이 현장에서 기계적으로 국가경찰 임무에 해당하는 업무만 골라서 수행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산정책처의 이런 지적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한 몸에 둔 채 그 안에서 역할·예산 사용만 달리하도록 한 이른바 ‘일원화 자치경찰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의미도 있다. 지역의 자치경찰위원회에 근무하는 A경위는 “지역 밀착형 자치경찰 업무를 하려고 해도 결국 국가경찰 소속인 경찰관들을 활용하니 결국 시경찰청에 시시콜콜 업무협조를 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치경찰제의 제도적 미비점을 해소하고자 지난 2022년 국무총리실 산하에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설치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자치경찰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혜안을 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출범 2년이 지나도록 위원회는 별다른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