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이 군부대 진입에 여러 차례 실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 부대 도서관이나 생활관에 비치되는 ‘진중문고’ 선정 심사에서 번번이 탈락한 것이다. 군 장병들의 정신 전력(전투·경기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한다는 진중문고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아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3개 작품이 진중문고를 선정하는 국방부 정훈문화자료 심의위원회에 2019∼2021년 여러 차례 상정됐다. 심의위원회는 국장급 공무원 1명과 외부 민간 위원들로 구성되며, 자체적으로 심사해 진중문고를 선정한다.
한강의 세 작품은 시중 베스트셀러 목록에 포함되면서 자동으로 심의 대상에 올랐지만 진중문고로는 선정된 적이 없다.
선정 제외 사유는 관련 자료가 없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중문고의 초점은 장병 정신 전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심의 과정에서 사회적 사건을 다뤘거나 표현 수위가 높은 책들은 대체로 예외 없이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영혜를 통해 ‘폭력’이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소설이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에 희생된 시민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1공화국 당시 민간인 학살 사건인 제주4·3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한 관계자는 “도서의 문학적 가치와 별개로 군에서 장병들이 보는 진중문고 고유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