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언론발표 “양국 무한한 발전 가능성”
한-필리핀 FTA 조속 발표 논의
필리핀 내 농기계 생산단지도 조성
원전 협력 등 모색, 디지털 전환도 지원
[헤럴드경제(마닐라)=서정은 기자]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여 한-필리핀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그동안 양국 관계 발전은 이처럼 피로 맺은 우정에 기초를 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에 대해 “75년 전, 동남아 국가 중에서 최초로 대한민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라며 “6·25 전쟁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운 고마운 나라”라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필리핀이 마르코스 대통령님의 지도력 하에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양국 관계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회담 성과로 윤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체결된 해양협력 양해각서(MOU)를 언급하며 “해상 초국가 범죄 대응, 정보 교환, 수색구조와 같은 해양안보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협력을 한층 활성화해 양국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실질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두 정상은 작년 9월 서명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발효키로 했다. 또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해당 사업들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은 “이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달러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농업 분야의 협력을 확대, 필리핀 내에 한국 농기계 생산단지도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고 윤 대통령은 전했다.
에너지, 디지털 전환과 같은 전략 분야의 협력도 강화된다. 윤 대통령은 “두 정상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이번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공공행정 부문 디지털화를 비롯한 필리핀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할 의사도 시사했다.
두 국가 국민들의 안전하고 생산성 있는 인적 교류를 뒷받침해 나가기로도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필리핀을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인이다. 또 2004년부터 지금까지 총 9만7000여 명의 필리핀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근무할 정도로 교류가 잦은 상태다.
마지막으로 두 정상은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에 대해 “우리 정부의 한-아세안 연대구상과 인태전략 이행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협력 대상국”이라며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그리고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마르코스 대통령 또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 안정,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남중국해상 규칙 기반 해양 질서의 확립과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윤 대통령의 방문은 양자 관계에 있어 중요한 포석”이라며 “우리는 양국이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양국 관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을 환영한다”며 “양국은 향후 수십 년간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모멘텀을 지속시켜 나가기 위한 여러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했다.
또 원자력 분야의 한국의 성공담에 기초해 바탄 원전 재개를 위한 타당성 조사 관련 MOU 서명한 것을 언급하며 “이를 통해 바탄 원전 재개와 관련한 면밀한 타당성 조사를 시행해 필리핀의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 성과를 말하며 “6·25 전쟁의 혈맹이자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으로서 쌓아 온 신의와 연대를 토대로, 에너지, 해양, 방산, 디지털 등 미래지향적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