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사건을 좇다 발견한 괴물은 ‘우리들’

“괴물은 누구게?”...우리가 사는 세상의 자화상 ‘괴물’
영화 ‘괴물’의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괴물은 누구게?”

엄마(안도 사쿠라 분)는 연락이 닿지 않던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 분)가 어느 어두운 터널에서 홀로 ‘괴물’ 노래를 부르며 서성이는 것을 찾는다. 미나토가 집에서 머리를 막무가내로 자르고, 신발 한 짝을 잃은 채 집에 귀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어떤 날엔 귀에 상처를 입은 채 하교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달라진 미나토의 모습에 엄마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추궁한다. 알고 보니 학교 담임 교사인 호리 선생이 미나토를 체벌한 것. 미나토는 호리 선생이 자신의 귀를 피나게 잡아당기고 “네 뇌는 돼지 뇌야”라며 언어폭력도 서슴치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당장 초등학교에 찾아가 따지는 엄마. 교장 선생을 포함해 모든 주변 교사가 고개를 숙이지만 정작 호리 선생은 사과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등 떠밀려 사과하면서 웃음까지 참는 호리 선생은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드님은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있어요.”

영화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브로커’ 등으로 유명한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자 제76회 칸 영화제의 각본상 수상작이다. 각본은 ‘마더’, ‘최고의 이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으로 이름을 알린 사카모토 유지가 참여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로부터 작품 대본을 받고 3년 간 공동으로 각색 작업을 진행했다. 보통 직접 각본을 쓰는 고레에다 감독의 작업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영화는 같은 사건을 세 가지 시선으로 보여준다. 이상해진 아들을 어떻게든 보호하고 구하려는 엄마, 특정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일을 당하는 교사,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아이의 시선이다.

영화의 시선이 바뀔 때마다 관객은 사건의 새로운 진실을 하나씩 알아간다. 그러면서 점점 혼란에 빠진다. 진실의 끝에서 사건의 실체를 마주한 관객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얼얼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 당혹스러운 감정은 단순히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알게 되는 진실 때문이 아니라, 사건을 지켜보며 막연하게 했던 추측이나 예상에서 야기된 부끄러움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다루지만 교권 추락, 아동 학대, 한부모 가정, 성(性) 문제 등 요즘 사회를 관통하는 다양한 문제를 아우른다. 덕분에 이 사건은 결국 관객의 무의식에 숨어 있는 편견과 무관심을 재발견하게 한다. 이는 곧 가해자는 없지만 피해자는 양산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고레에다 감독은 23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극 후반부로 가면 여기저기 돌리던 (가해자를 찾는) 화살이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며 “(영화 속에서) 굳이 괴물을 찾는다면 그건 바로 우리들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를 상처 주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이런 말이 소년에게는 얼마나 폭력적이고 억압적으로 들리는 지 보여주려고 했다”며 “이 영화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일어나는 가해와 피해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영화 음악은 세계적인 영화 음악가인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았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서정적인 멜로디는 영화 후반부에서 보여지는 두 소년의 모습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따스함을 더해준다. ‘괴물’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영화 음악 작품이다.

29일 개봉.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