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가정폭력으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학생을 아무런 조치 없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낸 학교 측의 부실 대응이 문제가 되고 있다. 18일 광주 동구 모 초등학교와 경찰 등에 따르면 학교 측은 전날 오후 1시쯤 6학년 재학생 A군의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
A군은 손에 부목을 대야 할 정도의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또 과거에도 아동학대 신고 전력이 있어 가볍게 넘어갈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의무가 있는 학교 측의 대응은 안일했다.
학교 측은 112 등에 신고하지 않고, 이 학교를 담당하는 학교(폭력)전담 경찰관에게 한 차례 전화를 시도한 것이 다였다. 학교 전담 경찰관은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하지만 아동학대 업무는 담당하지 않는다.
아동학대가 발생하거나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112나 지자체 전문기관에 신고하도록 한 지침을 학교는 지키지 않았다. 이마저도 학교 전담 경찰관이 전화를 받지 않자 더는 신고하지 않고 하교 시간이 되자 A군을 집으로 돌려 보냈다.
A군이 귀가해도 안전한지, 보호자와 분리해야 할 상황은 아닌지 등 조사기관이 아동 보호를 위해 파악하고 취해야 하는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나중에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이 회신 전화를 했다가 피해 사실을 전해 듣고 관할 경찰서에 전했다.
아동학대 담당 경찰관이 학교 측에 연락했지만 이미 A군은 학교를 떠나고 없었다. 학교 측은 다음날에서야 112에 신고했다. 결국 A군은 등교한 뒤 조사기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경찰은 A군 보호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