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롯데그룹이 사실상 경영 마비상태에 빠졌다. 검찰 수사가 롯데의 거의 모든 사업을 스톱시켰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꿈꾸던 ‘글로벌 롯데’도 멈췄다. 대기업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이 정도로 전면적이고 대대적이었던 예는 근래에 없었다.
롯데는 면세점 세계 1위의 꿈을 내려놓게 됐다. 지난 14일 롯데는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를 포기했다. 미국 면세점 인수가 성사됐다면 롯데면세점은 세계 2위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이 물거품되면서 자금 조달도 요원해졌고 당장 의사 결정도 어렵게 됐다.
롯데제과도 올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이던 일본 롯데와의 합작 브랜드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롯데는 양국의 제과 계열사가 함께 개발한 상품을 출시해 한ㆍ일을 아우르는 ‘롯데’ 브랜드를 구축한 후 오는 2020년 글로벌 5위 제과업체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었다. 이는 신동빈 회장의 ‘원 롯데’ 구상 중 하나였다.
일본 롯데는 한국의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추진해야 할 김용수 대표가 검찰 수사로 출국금지되면서 한 발도 떼지 못하게 됐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러시아 거래처와 미팅을 위해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발을 돌려야 했다.
롯데제과 등 8개 계열사들이 진행하려던 현대 로지스틱스 인수도 사실상 무산됐다.
롯데의 해외사업 올스톱은 ‘케미칼’부터였다. 지난 10일 롯데케미칼은 화학분야 세계 10위의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포석이던 미국의 석유화학회사 엑시올사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검찰의 칼날은 롯데자산개발로 향하는 모양새다. 롯데자산개발은 부동산 개발과 쇼핑몰 운영 업무를 축으로 하고 있는 회사다. 업무 특성상 총수 일가가 계열사와 부동산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곳이다.
검찰 수사의 불똥이 자산개발로 향하자 롯데는 인도에서 추진 중인 뉴델리 복합역사 개발사업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뉴델리 복합역사 개발 사업은 신 회장이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직접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고 실무를 맡아야 할 계열사까지 자유롭지 못해 사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추진 중인 인도사업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검찰의 롯데 수사는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하다. 지난 10일 정책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지난 14일에도 제과와 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갈지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롯데에 대한 ‘광폭 수사’를 두고 롯데는 “백화점식 검찰수사로 업무가 마비됐다”고 말할 정도다. 검찰이 회사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모두 가져가 현업 부서에서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고 자료를 빨리 돌려주겠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스스로도 “압수물이 너무 방대해서 금방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밝힐 정도로 대규모 압수수색의 여파는 크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대기업 수사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도 검찰이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수사에 들어가면 임원들을 자주 소환해야 하고 기업 공백이 우려된다”며 “불필요한 소환과 수사 장기화를 막기 위해 압수수색을 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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