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주거약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된 보금자리주택이 되레 서민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주택가격 안정화라는 취지와는 반대로 당첨자에게만 큰 시세차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매제한 해제를 앞둔 서울 강남구의 한 보금자리주택은 초기 분양가의 2배가 넘는 7억원을 호가한다. 강남ㆍ서초에 공급됐던 다른 보금자리주택도 마찬가지다. 평균적으로 약 4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이 났다.
서초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시세만 보더라도 서민아파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무주택 서민들이 들어왔을지 모르지만 시작이 보금자리주택이다 보니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공공부문을 통해 직접 공급했던 주택이다. 접근성과 입지가 좋은 지역에 분양ㆍ임대주택을 함께 짓는 ‘소셜믹스’로 이뤄졌다.
초기 당첨자들에게 큰 시세차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했다. 일각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의 그늘을 노린 수요자 때문에 주택시장 거래가 위축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간 건설사 물량에 대한 가격 경쟁력 하락 문제점도 제기됐다.
도입 초기 서울 강남지구와 서초지구, 고양 원흥지구, 하남 미사지구 등이 시범지구로 지정됐다. 2009년 11월 사전예약 방식으로 첫분양을 시작해 2012년 하반기 첫 입주가 시작됐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반감은 점차 커졌다. 150만(수도권 100만ㆍ지방 50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도 달성되지 못했다. 결국 보금자리주택은 2014년 공공주택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맞춤형 ‘행복주택’과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를 내놨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추진하는 정책은 과거 보금자리주택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부르는 요소다. ‘뉴스테이’ 의무 거주기간 8년 이후엔 입지에 따른 개발이익을 거둘 수 있는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처럼 초기의 취지에서 벗어나 주거약자에게 박탈감을 안겨주는 정책이란 비난을 벗어나기 위해선 밀어내기식 건설은 안된다”며 “입지에 따른 수요와 공급을 면밀하게 분석해 진행하고 거주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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