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한동안 잠잠했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증시상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새로운 ‘테크부호’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포브스 억만장자 10위권에 포함된 IT부호는 빌 게이츠(1위ㆍ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제프 베조스(4위ㆍ아마존닷컴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5위ㆍ페이스북 창업주), 래리 엘리슨(7위ㆍ오라클 창업주)이다. 이들 모두 기업공개(IPO)를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쥔 자수성가형 부호들이지만, 최근 기업가치 10억달러(1조1600억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면서 새로운 IT부호 등장도 주춤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클라우드 통신서비스 ‘트윌리오(Twilio)’가 지난달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트윌리오의 창업주 제프 로슨(Jeff Lawsonㆍ38)이 또 한명의 IT부호로 등극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윌리오의 지난해 기업가치는 11억달러(1조3107억원)로 대표적인 우량 스타트업(벤처기업)으로 꼽힌다.

트윌리오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음성, 문자, 화상통화, 자동응답시스템(ARS) 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고객들에게 문자나 자동응답서비스를 실시하려고 할 때 대개 자체 통신시설과 콜센터를 만들어 별도의 인력을 배치해왔지만 트윌리오를 이용하면 클라우드 서비스로 대용량의 문자나 ARS를 저렴하고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가 손님들에게 운전자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를 트윌리오를 통해 제공하고 있고, 미국의 유명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Nordstrom)이 고객들에 상품 이미지나 문자메시지를 트윌리오를 통해 전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라델피아 경찰과 성매매 근절에 앞장서는 미국 비영리단체 ‘폴라리스 프로젝트’도 트윌리오의 고객이다. 트윌리오는 이들 단체에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강제성과 집행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텍스팅 핫라인을 구축했다.

▶창업주 로손 ‘돈방석’ 앉을까=2008년 트윌리오를 창업한 로슨은 지난 15년간 기업운영과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미국 중북부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 외곽에서 자란 로슨은 미시간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영화ㆍ영상학을 전공했다. 로슨의 원래 꿈은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비주얼효과 대표업체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에 입사하는 것이었지만,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이 더 적성에 맞다는 것을 깨닫고 진로를 IT쪽으로 굳혔다.

로슨의 창업 스토리는 대학시절부터 시작됐다. 컴퓨터에 매료돼 대학을 휴학하고 1998년 웹사이트 구축 업체 ‘버서티닷컴(Versity.com)’을 창업하는가하면, 1999년에는 실리콘밸리로 아예 이주해 이벤트 티켓팅 서비스업체인 ‘스터브허브(StubHub)’와 스포츠용품 소매업체 ‘나인스타(Nine Star)’를 차리기도 했다. 이후 대학을 마치기 위해 다시 미시간으로 돌아왔고 졸업 후 아마존 웹서비스에서 기술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다.

아마존에서의 1년 3개월간 근무는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로슨은 기술분야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주와 찰리 벨 아마존 웹 서비스 혁신부문 대표를 꼽았다. 그는 본받고 싶은 기업으로도 아마존을 언급하며 “아마존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아마존이 실패한 리스트를 본다면 아마도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의 관심은 로손이 트윌리오 상장으로 제프 베조스와 같은 세계적 부호 반열에 오를 것인가다. 로손은 트윌리오의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다. 트윌리오의 최대주주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회사인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다. 베세머의 지분율은 28.5%에 이른다.

트윌리오는 이번 IPO로 1억달러(1192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2013년 이후 매출이 매년 거의 두배씩 뛰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트윌리오의 지난해 매출은 1억6700만달러(1933억원)로 전년 8900만달러(1030억원)보다 87%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5900만달러(683억원)로, 한 해 전(3300만달러)보다 79% 뛰었다.

트윌리오 매출 신장을 견인한 것은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인수한 메시지 응용프로그랩 왓츠앱(WhatsApp)이다. 왓츠앱은 트윌리오의 지난해 매출에서 17%를 차지했다. 왓츠앱은 사용자 확인과정에서 트윌리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윌리오의 사업구조가 지나치게 페이스북에 의존해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항공권 모바일 발권이나 쿠폰 발급 등 트윌리오의 클라우드를 이용한 서비스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로손은 “커뮤니케이션 기반 사업 솔루션을 쉽게 만들기 위해 꾸준히 플랫폼을 확립해왔다”며 “2016년 3월 현재 전세계 180여개국에서 90만명이 개발자로 등록돼 있고, 트윌리오 직원만 4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증시입성’ 억만장자는 누구?=그렇다면 그동안 기업공개로 억만장자가 된 IT 기업인들은 누가 있을까.

대표적인 예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다. 2012년 5월 상장 당시 페이스북 주가는 31달러였지만 4년 만에 119달러(5월 30일 현재)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저커버그의 순자산도 2008년 9월 15억달러에서 517억달러(59조9000억원)로 급증해 세계 억만장자 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로손이 존경하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은 1997년 주당 15달러에 상장됐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5억50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338억달러(주당 712달러)로 600배 가량 늘었다.

아마존닷컴의 지분 20%를 쥐고 있는 제프 베조스의 자산도 크게 늘어 현재 순자산 620억달러(71조8270억원)로 세계 부호 4위에 올라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990년대 잘나가던 IT기업 AOL, 야후, 익사이트(Excite), 라이코스, 넷스케이프(Netscape) 등이 유명무실해졌지만, 아미존닷컴은 여전히 번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우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증시상장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2014년 9월 미국 뉴욕증시에 알리바바를 상장시킨 마윈 회장은 당시 뉴욕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250억달러(29조원)를 조달하면서 ‘잭팟’을 터뜨렸다. 덩달아 그의 자산은 2013년 71억달러(8조2253억원)에서 2014년 195억달러(22조6000억원)로 3배 가까이 수직상승했다. 마윈의 현재 순자산은 232억달러(26조8772억원)로 세계 부호순위 28위, 중국 2위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해진, 김범수 의장이 대표적이다. 2002년 코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 지분율이 4.5%로 비교적 낮지만 주식자산은 1조806억원 상당이다. 이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2002년 네이버 상장과 2013년 네이버-NHN엔터테인먼트 분할상장 과정에서 낮아졌다.

또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카카오 지분 18.64%을 보유해 주식자산이 1조2650억원으로 IT부호 1조원 클럽에 들었다. 카카오는 1999년 코스닥에 상장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을 2014년 합병하면서 우회상장했다.  

그러나 테크 기업들이 상장 후 모두 대박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계 제임스 박(40)이 이끌고 있는 세계 1위 웨어러블기기 업체 핏빗(Fitbit)은 지난해 상장 당시 주목받았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에도 못미친채 곤두박질치고 있다.

작년 6월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핏빗은 거래 첫날, 공모가인 주당 20달러 대비 50% 가까이 오른 29.68달러를 기록했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공모가의 두배인 51.64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워치 블레이즈와 스마트밴드 알타 핏빗 등 신제품이 연이어 고전하면서 현재는 주당 14달러대(5월30일 현재 14.32달러)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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