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미만 계약종료 작년 72%급등 정규직 전환율은 되레 16% 급감
“국책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입니다. 얼마 전 회사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고 구제 방법을 찾다 이메일을 보냅니다. 몇 달 사이 많은 비정규직들이 계약이 만료되거나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보호는커녕 사람을 짜르고 다시 새로운 계약직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 비정규직이 2년 계약 만료 후 실업자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대다수 비정규직들은 2년이 다가오면 실업, 이직 등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대책이 말뿐이라는 증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8일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 등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 그동안 7만4000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2년 미만 근로자의 계약 종료,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쪼개기 계약 등이 비일비재했다. 쪼개기 계약은 비정규직 근로자와 2~6개월 단위로 수차례 기간을 쪼개서 맺는 단기 계약을 말한다.
실제 1년 6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 다수가 2년 전에 계약이 종료됐고, 정규직 등으로 전환된 사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2년이 되기 전 계약이 종료된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2011년 49.5%, 2012년 51.7% 등 매년 올랐고, 지난해에는 72.0%로 급등했다. 반면 정규직 전환율은 2011년 23.8%, 2012년 27.9%로 오르다 2014년 20.8%, 지난해 15.9%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행정 지침에 불과한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으로는 정규직 전환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기간제 근로자가 2년 이상 지속 근무하더라도 사업주가 정규직 계약을 다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기간제법)’상 사업주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쓰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 따라서 2년 이상 된 근로자를 사업주가 계약 종료 또는 해지하면 부당해고가 된다. 하지만 사업주가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정규직 계약서를 써 주지 않는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해당 근로자가 관할 노동청에 신고하지 않는 한 사업주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부 지침보다는 이들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