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서로 다른 기획사에서 연습해온 친구들이 만나 의견을 내고 퍼포먼스를 만들 때 굉장히 다양한 것들이 만들어져요.“(최유정)
활동기간은 10개월. 이후 각자의 길을 걷는다.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아 만들어 ‘국민걸그룹’이라는 수사를 붙인 아이오아이(I.O.I)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이슈 제조기’가 됐다.
아이오아이 11명의 멤버는 총 8개 기획사(JYP엔터테인먼트 전소미, 젤리피쉬 김세정 강미나, 판타지오뮤직 최유정 김도연, 플레디스 임나영 주결경, 스타쉽 유연정, MBK 정채연, M&H 김청하, 레드라인 김소혜)의 연습생 출신이다.
“서로 다른 기획사에서 모였다”는 점은 아이오아이 스스로가 말하는 강점이지만, 이는 곧 예고된 ‘미래의 경쟁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쟁은 이미과열됐다. 멤버들의 의지와는 별개로 팬들은 자신이 뽑은 멤버를 응원하며 격돌한다. 멤버들이 소속된 기획사는 자신들이 내놓을 걸그룹의 홍보를 위해‘아이오아이 마케팅’을 도입했다.
MBK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아이오아이로 발탁된 정채연이 오는 6월 기존에 활동하고 있던 걸그룹 다이아로 합류해 컴백한다고 밝혔다. 아이오아이의 매니지먼트를 담당 중인 YMC엔터테인먼트는 “아이오아이가 완전체로 활동할 때는 11명이 모두 참여해야 하지만 완전체 이외의 유닛 활동을 할 때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11명 완전체 활동은 5월로 끝이 나니, 개별활동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난데없는 투잡이다.
아이오아이 팬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한 걸그룹 활동에 기존 소속그룹으로 돌아가는 것이 곱게 보이지 않는 눈치였다. 팬들은 그들이 직접 뽑아만든 아이오아이의 활동이 우선이길 바라는 입장이다. 정채연은 결국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절대 아이오아이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여러분께 많은 사랑 받은 것 잘 알고 있는 만큼 아이오아이 멤버로서도 더 노력하는 채연이가 되겠다”는 사과와 각오를 담은 글을 남겼다.
서로의 입장에선 ‘문제가 없다’지만 외부의 시각 역시 곱지만은 않다. 다른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런 일은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못마땅한 눈치를 보이면서도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는 입장들이 나온다.
‘프로듀스101’에 연습생을 출연시켰던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기획사들이 자사 연습생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이유 중 하나는 이슈 만들기라는 측면도 컸다”며 “TV 출연을 통해 얼굴을 알리려는 목적, 그로 인해 인지도를 쌓고 ‘프로듀스101’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얻어가면 향후 다른 활동을 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오아이 멤버들의 개별 인지도는 상당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려 각자의 팬덤을 형성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SM, YG, JYP 등 대형 가요기획사 연습생 출신으로 데뷔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신인그룹이 가요계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 대형기획사 출신은 이미 연습생 시절부터 팬덤을 가지고 등장하는 특수성이있다”며 “보통의 신인그룹과 달리 아이오아이는 방송의 힘으로 엄청난 인지도를 얻었다”고 말했다.
멤버들이 소속된 각 기획사가 현재의 상황을 활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미 데뷔를 했다곤 하나 대중적 인지도는 떨어지고 팬덤도 약했던 상황에서 아이오아이 멤버가 직접 들어가 활동하면 그것 자체로 훌륭한 홍보가 되는데 누가 뿌리치겠냐. 없던 컴백 계획도 만들어서 나오는게 당연하다”는 업계 관계자의 반응도 나왔다.
이미 ‘프로듀스101’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많은 가요기획사가 활용하는 홍보자료가 됐다. 앞서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프로듀스101’ 방송 당시 연습생 권은빈이 기존 걸그룹 씨엘씨(CLC)에 합류한다는 사실을 알리더니, 컴백을 앞둔 현재 ‘프로듀스 1010’ 출신 권은빈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아이오아이 멤버들이 소속된 가요기획사들도 다방면으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각자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멤버들에게 투잡을 뛰게 하는 것은 물론 ‘프로듀스101’ 타이틀로 새로운 콘텐츠도 만들어낸다.
아이오아이 멤버 임나영 주결경의 소속사 플레디스에선 오는 14일 ‘플레디스 걸즈 콘서트’를 연다. 플레디스 측은 “소속의 연습생들이 벌이는 공연으로,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연습생들 중 대부분은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다”며 “‘프로듀스 101’에서 시청자들이 준 많은 관심에 보답하고자 이 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플레디스는 매주 토요일마다 이 공연을 연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현재 아이오아이로 활동 중인 임나영과 주결경은 아이오아이의 스케줄을 최우선으로 소화, 아이오아이의 활동에 차질을 빚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태생 자체가 방송의 파급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콘텐츠였다. 방송에선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 걸그룹을 만들고, 가요기획사는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프로그램에 들어간 것”이라며 “시청자 손에 의해 뽑은 걸그룹이기에 방송의 힘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이는 상업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음악상품으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물 들어올 때 다양한 활동을 해야겠지만, K팝의 상업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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