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이 9일 입법 예고되면 법 시행에 따른 ‘빛과 그림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리 사회 투명성 제고와 이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 등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오버랩되고 있는 것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오는 9월 28일부터는 공직자와 언론인, 사학교원은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 5만원의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에 대해 일부 물가를 반영했다는 평가와 함께 내수 위축을 우려해 금액 한도를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경제계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맞물리고 있다.

▶부패 지수 1% 상승시 1인당 명목 GDP 약 0.029%↑= 찬성쪽은 부패가 사라지면 국가경제가 더 발전한다는 주장을 편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한국의 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 돼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95∼2010년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를 토대로OECD 국가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과의 관계를 분석해본 결과로, 지수가 1% 오를 때 1인당 명목 GDP는 연평균 0.02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한국 청렴도가 OECD 수준에 도달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성장률 2.6%에 약0.32%포인트 추가 성장을 더해 3%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56점에 그쳐 OECD 34개국 평균(67.2점)보다 크게 낮았다.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09년 미국의 리스크 분석기관 PRS그룹의 ‘ICRG’ 지수로 분석해보니 청렴지수가 1.2만큼 개선되면 한국의 국가브랜드 점수가 5.2점, 국가경쟁력 점수가 0.29 각각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김영란법 파장을 23년 전인 1993년의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와 비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금융실명제를 도입할 때에도 금융시장의 혼란과 경기침체 심화 등의 우려가 많았지만, 실제 큰 타격 없이 오히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장기적으로 사회에서 부정부패가 없어지면서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하경제가 축소되고 불건전한 거래가 없어지면 건강한 경제구조가 생겨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농축수산업계 울상…내수 위축 불가피= 반대쪽은 농축수산업계, 요식업 등 유통업계다. 이들 업계는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내수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시장개방으로 입지가 줄어들고 판로 부진으로 피해가 커지는 농축산업이 법적 단죄 대상으로 몰리게 되면 소비급감은 물론이고 관련 농가 폐업 등 극한 상황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축산물은 명절에 소비되는 물량이 전체 40% 정도 되고, 선물세트 가격은 10만원 이상이 90%를 차지하고 있어 내수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내산 농축산물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는 대신 상대적으로 값싸고 질 떨어지는 중국산 등 수입 농산물을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화훼(꽃)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법이 있는 그대로 시행되면 10만원대를 호가하는 축하 난 등의 선물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굳어질 수 밖에 없다며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명품 수산물일 수록 김영란법 저촉 대상에 포함된다. 설과 추석 명절에 소비되는 국내산 수산물의 규모는 전체 6조7000억원 중에서 22%인 1조5000억원에 해당될 정도다. 수협에 따르면 명절 기간 판매하는 수산물 선물세트 200여개 품목 중 5만원 이상 상품이 55%를 넘는다. 대표적인 명절 선물인 굴비는 명절에 40% 가까이 판매되는 데 선물용은 대부분 5만원대에서 수십만원대에 이른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김영란법이 좋은 취지로 제정되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소모적인 논쟁이 자주 발생할 것 같다”며 “정부가 각종 정책을 동원해 내수를 살려놨는데, 김영란법이 여기에 거꾸로 가는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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