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ㆍ구민정ㆍ이원율 기자] “4ㆍ13 총선 당일에 여자친구와 서울 근교로 놀러갈 계획입니다. 그래서 오늘 여자친구랑 사전투표를 하기로 약속했어요. 투표는 하고 놀아야하지 않겠어요?”

8일 오전 일찍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주민센터 4층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 노지웅(34) 씨는 이렇게 말하며 바쁜 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ㆍ13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되며, 전국 읍ㆍ면ㆍ동의 각 투표장에도 유권자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노씨가 찾은 여의동 주민센터에도 첫 개소 2시간 30여분 만에 150여명의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일찌감치 사전 투표소를 찾은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경기도 일산의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 권수진(52ㆍ여) 씨는 “투표일 당일에 본가까지 갈 수가 없어서 학교 가는 길에 사전 투표를 하게 됐다”며 “평소보다 좀 더 일찍 나왔지만 할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주민 최종옥(72) 씨는 “여의도 공원에 운동하러 나왔다가 투표소 플래카드가 눈에 보여서 들어왔다”며 “당일에도 할 수 있지만 찍을 사람은 미리 정해놨으니 운동한 김에 투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만삭의 임산부 홍연주(34ㆍ여) 씨도 “투표일이 있는 다음 주가 출산 예정일”이라며 “몸은 무겁고 힘들지만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특히 이번 총선부터는 사전 신고 없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서인지 계획과 달리 일찌감치 사전 투표소를 찾은 이들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이상천(69) 씨는 “손님이 투표하러 간다고 여의동 주민센터에 가자고 했는데 나도 시간 있을 때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손님 덕에 이왕 오게 된 것 나도 투표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재화(27) 씨도 “주소지가 포항으로 돼 있어 당일에 내려가기가 부담스럽다”며 “출근한 김에 투표하러 왔는데, 신분증만 들고 아무 데서나 할 수 있으니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새롭게 사전 투표소가 설치된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도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서울역 3층 ‘표 사는 곳’과 ‘타는 곳’ 사이 맞이방에 위치한 ‘남영동 사전 투표소’에는 잠깐이나마 시간을 내 투표를 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유권자들로 붐볐다. 이재환 용산구 자치행정 과장은 “여행객과 지역 주민 모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 중엔 관내 선거인보다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거나 등산복을 입은 관외 선거인들이 더 많았다. 노원구에 거주 중이라는 박노진(56)씨는 “13일에 투표할 예정이었는데 대구 출장 길에 기차를 기다리다가 투표소를 보게 돼 바로 투표하게 됐다”고 했고, 송파구에 사는 이재홍(62)씨도 “개인적인 일로 지방에 가게 됐는데 관외 선거인도 투표할 수 있다고 해서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오전 9시께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남영동 사전 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서울역은 여행하면서, 지방 가면서 누구나 사전 투표가 가능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기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9시 기준 전국의 사전 투표자 수는 27만8700여명이다. 투표율은 0.6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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