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주부 A씨는 봄을 맞아 집 단장을 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돌며 인테리어 소품 쇼핑에 나섰다. 같은 물건이면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발품을 판 그의 스마트폰에는 어느새 네댓 개의 ‘페이’(간편결제) 어플리케이션이 깔렸다. ‘첫 구매시 할인’, ‘◇◇카드 이용시 추가할인’ 등 다양한 혜택에 끌렸던 것. A씨는 혜택을 비교해 구매처를 결정했지만 페이앱별로 다르게 설정해 놓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일부 앱은 QR코드가 잘 인식되지 않아 짜증도 났다.
요즘 ‘○○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면서 피로를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비슷한 이름에다 유사한 혜택을 제공하다 보니 구별이 어렵고 혼란만 야기한다는 것.
지난해부터 통신사, IT 기업, 유통업체 등이 잇달아 간편결제 서비스에 뛰어들며 현재 국내에 출시된 페이 서비스는 20종을 넘는다. 카드사들도 자체 ‘앱카드’를 통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서비스 제공사별로 앱을 설치하고 신용카드 정보나 비밀번호, 생체인증 등을 일일이 등록해야 해 번거롭다는 반응이다.
상황에 맞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택해 이용하기도 어렵다.
신세계그룹이 내놓은 SSG페이는 현재 신세계 계열사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롯데의 L페이도 아직 롯데 계열사 가맹점에서만 결제 가능하다.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마그네틱보안전송기술(MST) 방식으로 범용성이 좋다는 삼성페이도 신세계 계열사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페이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신세계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자사 계열사에서 삼성페이 결제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모(30)씨는 “포인트를 쌓고 할인도 받기 위해 페이 앱을 받기는 했지만 헷갈려서 원래 쓰던 신용카드 앱카드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면서 “계산대 앞에 서면 로딩 시간이 길게 느껴지기도 해 사용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보안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 정보 유출이나 해킹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에는 삼성페이 핵심기술을 보유한 자회사 루프페이가 해킹 공격을 당했다. 삼성페이와 루프페이의 망이 분리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태가 수습됐지만, 보안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