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된지 한 달여가 지나가면서 북한 옥죄기 효과가 서서히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재에도 여전히 ‘빈 틈’이 많아 한국을 비롯한 주요 당사국이 원하는 수준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3일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비군사적 제재안으로는 역대 최강’이란 우리 외교부의 자평도 덧붙여졌다. 북한의 광물거래 등이 금지되면서 돈 줄은 막혔고 한ㆍ미ㆍ일ㆍEU 등의 독자 제재가 뒤따르면서 국제적 고립은 심화될 것이란 기대다.

실제 북ㆍ중 접경지역 주민 등 현지 소식통은 북한과 교역이 예전같지 않다며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액(24억8400만 달러) 가운데 무연탄과 철광석이 45%에 달한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광물수출길이 막힌데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통관을 엄격하게 진행하면 북한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외화송금 등 금융거래도 제약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국제열차를 통해 외화를 직접 운반하는 상황이라는 현재 소식통의 전언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최근 북한 매체가 일제히 ‘고난의 행군’, ‘군자리정신’ 등을 언급하면서 주민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는 것도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북한 전문가와 정부 당국자 사이에서는 짧으면 3개월 길어도 6개월이면 제재 효과가 나타나 북한이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번에는 정말 확실히 제재를 하자는 것”이라며 “시기를 특정할 순 없지만 분명 북한이 바뀌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완벽한 제재’란 있을 수 없다며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열쇠를 쥔 중국이 여전히 대화를 강조하는 건 국제사회 공조의 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그만큼 북한이 빠져나갈 구멍이 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1일(미국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각국이 유엔 안보리의 관련(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면서도 “대화와 협상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정확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제재에 집중할 때’라는 한국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인식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냉정하게 따져보면 결의 2270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가 아니며 충실히 이행된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2270호는 1985년 채택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제재하기 위해 채택된 569호와 1990년 이라크를 대상으로 채택된 661호보다 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569호는 유엔 회원국들로 하여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모든’ 신규투자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661호는 유엔 회원국들로 하여금 이라크 또는 쿠웨이트가 원산지인 ‘모든’ 생필품 및 상품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토록 했다.

이 연구위원은 2270호가 기존 1718호 토대 위에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2270호에서는 이전 결의보다 무기금수 품목이 증가했고, 컴퓨터와 같이 무기생산에 전용될 수 있는 모든 물품의 거래를 불허하는 ‘catch-all’ 제도가 회원국들에게 의무화 됐으나 제재 분야가 무기로 한정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면서 “기존 제재의 프레임을 벗어나 정말 강력한 제재를 가하려 했다면 ‘모든 공산품의 수출입 금지’와 같이 제재 분야를 확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2270호가 ‘북한행 또는 북한발 화물 전수조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검색의 정도가 강화됐을 뿐이고 사치품에 대한 제재 역시 틀은 유지한 채 구체적인 목록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창구 하나를 막을 수는 있으나 북한은 이미 노동력 해외 파견이나 섬유류 수출과 같은 다른 경제 부문에서 핵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자원을 획득하고 있다”며 “이번 결의가 노동력 해외 파견 또는 섬유류 수출 ‘sector’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핵 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자금과 자원을 확보할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2270호를 우회해 핵 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자금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최대한 많은 회원국들이 제재조치를 이행하고 이를 안보리에 보고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한다”면서 “또 제재 분야가 무기, 핵 ∙ 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 사치품으로, 제재 대상이 핵 개발 및 외화벌이와 관련이 있는 기관 또는 개인으로 한정되어 있는 기존 프레임을 뛰어 넘는 대북제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