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영훈ㆍ문영규 기자] 현대증권 인수전이 결국 KB금융지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현대증권 인수전은 그야말로 막판까지 예측하기 힘든 안갯속 양상이였다.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연일 연기됐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등 큰 혼선을 빚었다. 당초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의 2파전이 예상됐지만 본입찰을 앞두고 미래에셋 그룹이 인수 참여를 고려하면서 가늠하기 힘든 양상이 전개됐고,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액티스까지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긴장감을 더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과정을 비롯한 매각 관련 일정이 뚜렷한 이유없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각종 억측을 낳았고, 프로그레시브(경매 호가 방식)딜까지 거론 되면서 업계 일각에선 의문의 인수ㆍ합병(M&A) 거래(딜)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 2차례나 연기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억측 난무= 현대그룹은 지난 31일 오후 KB금융지주에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고 통보했다. 애초 지난 29일 인수 후보자 3곳이 제시한 가격과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 가격 비교 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비가격적 요소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로 발표가 두 차례 연기됐다.
31일 오전만 해도 매각자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검토와 검증을 끝내고 4월1일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후 KB금융으로 선정됐다고 통보한 사실이 갑자기 알려지면서 이번 매각 딜을 둘러싼 혼선은 극에 달했다.
가격 비교까지 마친 상황에서 최종 발표가 미뤄지면서 시장 안팎에선 각종 억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가 최고가를 써내 매각자 측의 고민이 깊어졌다거나, 현대그룹 측이 KB금융에 계열사 물량 보전 요구를 내걸었다는 등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았다. 인수 후보자 측에서도 “이렇게 일정이 수차례 바뀌고 불확실한 딜은 처음”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매각 주간사인 EY한영 관계자는 “워낙 가격이 근소해 거래종결 능력,할인 조건 등 비가격 요소를 꼼꼼하게 따졌지만 이 부분에서도 거의 대등해 결국 가격 조건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돌고도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원점으로 귀착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후보자가 낙점을 받는 통상적인 M&A 절차를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천정부지로 올라간 몸값…‘승자의 저주’ 우려= 미래에셋의 인수 참여 검토와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간의 자존심을 건 싸움은 결국 현대증권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났다.
당초 업계에서는 5000억원 수준에서 지분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로, 시장가로는 37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7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매각가는 갈수록 솟구쳤다.
이 때문에 본입찰에 앞서 매각자 측에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1조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KB금융과 한국금융 모두 1조원이 넘는 가격을 써냈다. 매각 가격이 애초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까지 뛰어 ‘승자의 저주’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업계에서는 본입찰전 미래에셋의 인수 참여 검토가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자존심을 건 싸움도 한몫했다.
윤 회장은 이번 M&A 카드까지 날려버릴 경우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1조원대 초반이라는 ‘통 큰 베팅’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한국금융지주 오너인 김 부회장 역시 한국투자증권을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한국금융지주는 대우증권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에도 실패하면서 충격에 빠졌다. 당분간 현대증권과 같은 대형 매물이 시장에 또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KB금융지주는 현대측과 조만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상세 실사와 최종 가격협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오는 5월께 인수 절차를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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