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환 본지(G밸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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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GValley = 노재환 논설위원 기자]- 여보게 젊은이들 '기성세대는 쓰레기 아닌 훌륭한 자원'일세

1963년 16세의 빌 클린턴은 민간훈련기구인 '보이스 네이션'(Boys Nation) 대표로 뽑혀 워싱턴에 갔다. 각 대표들은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를 했으며, 기록영화와 사진 자료들은 케네디와 어린 클린턴이 악수하면서 마주 보고 웃는 장면을 보여준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케네디와 악수했던 그날부터라고 한다. 어린 클린턴에게 큰 영향을 미친 또 한 가지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연설로 클린턴은 그 내용을 전부 암기했다고 한다. -에드윈 무어의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中에서-봄이다. 지척에 움트는 새싹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다. 이맘때면 굳이 농부가 아니더라도 경작본능이 꿈틀대면서 온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냉이를 비롯해서 쑥이며 개망초 등의 봄나물들도 일제히 보송보송한 흙을 젖히며 머리를 밀어 올린다. 작년에 흐드러지게 폈던 국화도 월동을 마치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오감이 설렌다.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 폭신폭신 하면서도 촉촉한 낙엽이 두툼하게 깔린 숲길을 거니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꽃이 가진 향긋함은 아니더라도 고향집 언저리에 다가선 것 마냥 머리가 맑아진다. 그런 흙에서 자란 들꽃들처럼 우리네 감성도 폭신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낙엽이 쓰레기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미관을 해친다하여 공원의 낙엽까지도 떨어지는 족족 쓸어 모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소각하고 흔적을 없앤다. 사물의 가치를 따지는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낙엽을 훌륭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도 고정관념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이러한 점들은 우리의 일상과 참 많이도 닮았다. 사람을 대할 때 상대적 가치를 따져보지도 않고 고정된 관념을 절대화하니 말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기성세대들이 그러한 취급을 받는 것을 종종 목격할 때가 많다. 젊은이들의 그 기준에서 벗어난 못나고 불필요한 존재라는 평가받기 일쑤다. 나 또한 그 대열이기에 예외는 아니다. 그럴 때면 씁쓸하다. 딴에는 마음을 비우고 겸허하게 살자고 강한다짐을 해왔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아 입맛이 쓰디쓰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차곡차곡 쌓인 낙엽에 봄비에 촉촉해짐을 보면서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지만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건 나의 과거의 모습이며, 열심히 살면서 두고두고 풀어야할 나 자신의 숙제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는 싫든 좋든 변화라는 테두리 안에 놓여 있다. 더 이상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는 자신의 분야와는 다른 영역에서 생각하고 일하도록 사회적 관념에 의해 요구받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보장되지 못한 삶이 주는 생존의 위기에서부터 나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외면의 위기감까지 그 다양한 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부름을 만난다. 처음에는 그 소리를 환청이나 착각으로 무시해버리기 쉽다. 하지만 삶에 충실한 이들은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 실체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자신에게 날아 온 모험에 대해 숨죽이며 열어본다. 그리고 결국 지금까지 여겨왔던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밖으로 떨리는 발을 내딛는다. 기성세대만의 영웅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실제, 역사상 사랑의 마음을 담아낸 아주 유명한 표현 가운데 하나는 타지마할. 타지마할은 39세에 아이를 낳다가 유명을 달리한 인도 여왕 뭄테츠 마할을 위한 무덤이다. 그녀의 남편은 사별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2년 동안 궁정에서 음악과 연회를 모두 금지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온 세상이 기억할 수 있도록 기념비를 건축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강 근처에 있는 정원을 건축 장소로 선정했고,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와 석공을 동원했으며, 귀한 건축 자재를 먼 곳에서 수입했다. 무려 20여 년에 걸친 공사 끝에 아름답고 정교한 건축물이 완공되었다. 타지마할이 없었다면, 여왕은 아마도 세상에서 곧 잊혀 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했던 남편이 사랑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준 덕에 그녀는 유명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다.정신분석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나이가 들수록 성인의 사회적 지평은 점점 넓어지며 성장은 전 생애를 통해 계속된다고 보았다. 그는 성인의 발달이 나이가 들어 정점을 찍고 아래로 향하는 계단길이 아니라 바깥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발전의 과정이라고 하였다. 우리의 육체적 생명은 어느 순간 쇠퇴되어 가겠지만 우리의 정신적 생명에는 내리막길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즉‘생산적 즐거움’의 대상이 있다면 말이다.기성세대라 하여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고 외면하지 않는 한, 스스로 내면의 소리에 귀를 닫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타인에게 부탁할 말이 아닌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 자신에게 던져야 할 말이다.내가 나를 기억하고 있을 때 비로소 남에게 기억될 수 있는 존재가 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