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내국인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열 증세로 병원을 방문했지만 의심환자 신고가 3일 지연된 것으로 밝혀져 방역에 또 구멍이 뚫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모기가 활동하는 계절이 아니어서 국내 확산 가능성은 낮지만 자칫 지난해 홍역을 치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을 떠오를 법한 대목이다.

2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남 광양시에 사는 직장인 L(43)씨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가인 브라질에서 귀국한 지난 11일에는 증상이 없었으나 16일 발열과 근육통 증상이 나타나 18일 광양시 선린 의원을 방문해 해열제를 처방받았다. 당시 두 차례 체온 측정결과 37.7도와 37.2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L씨는 발열과 함께 근육통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며 지카바이러스 유행국인 브라질에 다녀온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렸지만 감기몸살 증세로 해열제와 소염제 처방을 받았다.

L씨는 19일부터 발열과 발진이 나타나는 등 증상이 심해지자 21일 다시 같은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그때서야 의심환자로 분류돼 광양보건소와 전남보건당국,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됐다. L씨가 최초 증상이 나타나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3일이 지난 뒤에야 의시환자로 분류되는 바람에 신고와 검사까지 3일이 더 걸린 셈이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이에 대해 “첫 방문 당시 의료기관도 의심은 했지만 ‘두고 보자’고 했다가 발진이 나타나자 신고했다”며 “(의심환자를) 놓쳤다기보다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아주 적절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매개하는 모기로 국내 서식하는 흰줄숲모기 [사진=헤럴드경제DB]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매개하는 모기로 국내 서식하는 흰줄숲모기 [사진=헤럴드경제DB]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일 내놓은 ‘지카 바이러스 신고 기준’을 보면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여행한 사람이 방문 후 2주 이내에 37.5도 이상 발열 또는 발진과 함께 관절통·근육통·결막염·두통 중 하나 이상의 증상을 보일 경우 보건당국에 의심환자로 신고하도록 돼 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은 법정 감염병이어서 의심환자로 분류되면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24시간 안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L씨의 경우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9일까지 22일간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가인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로 출장을 갔다가 다녀온이후 1주일 만에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즉시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광양보건소 관계자는 “의사의 권한”이라고 밝힌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가 최초 방문한 의료기관의 감염병 지침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보건당국은 2차 감염 우려자에 대한 대응 방법에 있어서도 혼선을 빚었다. 현재 지 카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 휜줄숲모기 등 매개모기와 수혈 외에도 성관계로 전염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L씨와 부부관계를 맺은 L씨의 아내에 대한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광양보건소 관계자는 “(L씨의 아내는) 매뉴얼 상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전남보건당국은 “정밀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관리 지침에는 확진 판정시 성접촉력이 있는 대상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PCR)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이밖에 L씨는 유행국가로 분류된 브라질에 다녀오고도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당시 공항 게이트에서 1차 발열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 유행국을 다녀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체온을 체크하지만 L씨가 독일을 경유해 입국해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한편 L씨는 전남 보건환경연구원과 국립보건연구원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22일 오전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환자는 증상이 가라앉아 회복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방역당국은 L씨가 첫 내국인 환자라는 점을 고려해 입원 치료·관찰 중이며 배우자에게도 동의를 구한 뒤 역학조사를 할 방침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수혈이나 성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모기 활동철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감염병 위기경보를 가장 낮은 수준인 ‘관심’ 단계로 유지할 방침이다.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