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이번에는 이세돌이 웃었다. 그런데 왠지 씁쓸했다. 인간이 만든 기계로 인해 인간이 울고 웃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더구나 지금은 바둑과 같은 인간 대 기계의 단순 ‘경쟁’에 머물지 않고 일자리를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간의 일을 기계가 대체하는 일자리 혁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두려움’보다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간 대 기계란 대립이 아닌 협업,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알파고 개발자 허사비스 박사는 알파고가 워드프로세서 수준의 자기 인식능력만을 갖고 있다며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바둑이란 한 분야에서 보여준 학습능력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다른 분야로 까지 확대하는 전이학습 기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미래 학자들이 기계나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 일자리는 정형적이고 단순ㆍ반복적인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보고서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 따르면 30년 후에는 무인자동차가 택시나 버스기사, 대리 운전자 등을 대체할 전망이다. 무인기(드론)는 택배기사, 음식ㆍ우편 배달원, 경비원 등을, 3D프린터는 배송ㆍ물류창고 노동자, 목수 등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창의성이나 판단력 등 인간의 역량을 요구하는 업무는 기계와 협업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IBM이 선보인 인공지능(AI) 로봇 변호사 ‘로스’의 경우 인간이 원하는 판례, 승소 확률 등을 알려준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도 자산관리 업무에 AI 왓슨을 활용해 사용자 성향에 맞는 상품, 투자처 등을 조언해 주고 있다. 이는 인간이 AI를 통해 보다 나은 판단을 하고, 나아가 상상력을 발휘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기계의 발달로 위협받는 일자리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인간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간만의 고유 성향인 인성과 감성을 토대로 창의적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의 전문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에서 탈피, 사고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이제 인간은 보다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기후 변화 등 미래를 예측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려면 인성, 감성 등 인간만이 가진 고유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과학기술, 산업정책 분야에서 드론이나 인공지능(AI) 등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화이트칼라 중심의 일자리에서 벗어나 기술, 기계 분야에 주목해 새로운 미래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며 “데이터 활용, 인재 다양성 강화, 유연한 작업배정 등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략과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