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우리나라 기업 100곳 중 14곳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이다.
그 가운데 10곳은 지난 10년 간 이런 경험을 두 번 이상 겪은 ‘만성적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의 현주소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황이 악화된 조선, 철강 업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만성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은행의 연쇄 부실에 따른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주간 금융포커스에 게재한 ‘한계기업에 대응하는 은행의 경영전략과 위험관리’ 보고서를 통해 만성적 한계기업 증가에 대비한 은행들의 선제적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부채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위험 업종 및 대기업 중심으로 한계기업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한계기업의 만성화를 우려했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인 비금융 법인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4%(2819개)에서 2014년 14.4%(3471개)로 늘었다.
2005∼2008년 사이에도 한계기업 경험이 있었던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8.2%(1851개)에서 2014년 10.6%(2561개)로 2.4%포인트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대기업 한계기업의 비중이 6.6%에서 10.8%로 4.2%포인트 올라 중소기업(8.5%→10.6%)보다 신용위험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계기업이 늘어나면서 은행권의 부실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대출, 보증 등 은행권의 만성적 한계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0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업황이 크게 악화된 운수, 조선, 건설, 철강, 부동산 비중이 68%에 이른다.
정 교수는 “경기침체의 심화로 인한 부실위험이 위험 업종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은행 여신의 건전성을 급격히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여신 건전성 악화에 따른 신용위험 노출 규모가 큰 은행부문이 주도하는 상시적,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을 정부와의 조율 하에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부실에 대한 처방으로 보수적인 여신정책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정 교수는 “실적 전망이 엄격하게 반영된 심사 기준에 기초한 여신의 실행과 일관성 있는 위험관리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차입기업의 위험요소를 여신 규모와 금리에 적정하게 반영하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반영한 여신정책 및 위험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의 업종에 대한 신용위험 노출의 지속적인 축소가 필요하다”면서 엄격한 여신 건전성 분류 기준의 정립, 부실여신에 대한 사후관리의 강화, 한계기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대비한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지속적인 부실채권 상가/매각을 통한 여신 건전성의 관리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은행들이 저성장ㆍ저금리로 구조화되는 영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개별 은행의 경쟁우위 요소에 의한 차별화를 강화하여 특화구조를 정립하고 영업기반 축소에 따른 과도한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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