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하사관 탈영 직후 한국인 부인ㆍ아들 남기고 미국行 한ㆍ미 당국 출국금지 공조 前 속전속결 탑승… 관리 허점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주한미군 하사관이 정신적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탈영해 가족을 한국에 둔 채 미국으로 떠나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4시30분께 서울 용산구 미8군 본부 중대에 근무하는 하사관 S(34) 씨가 행방불명됐다. S씨는 이라크 전 당시 1년 간 전투 현장에 파병된 적이 있었다. 그는 전쟁의 참혹함을 겪은 후유증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판정을 받고 미군에서 운영 중인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큰 차도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측은 S씨가 최근 우울 증세를 호소하고 부대 내 자체 사고로 강등을 당하는 등 신병을 비관해 탈영한 것으로 추정하고 3일 간 부대 인근과 이태원 일대를 수색했지만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 미군은 우리 경찰에 S씨의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S씨의 관사를 방문한 결과 여권이 사라지고 없는 점을 발견하고, S씨의 출입국 기록을 살폈다. 탈영 당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을 확인했다. 자택에는 한국계 부인과 아들을 남겨둔 채였다.
S씨가 탈영 후 아무 제지없이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 주한미군에 대해 출국 금지 처분을 내릴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경에 대한 관리 권한은 우리 법무부에 있다. 우리 경찰이나 법무부 역시 미국 측의 요청없이 우리 국민에게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 한 단순 탈영자인 S씨에 대해 출국 금지 처분을 내릴 명분은 없다. S씨의 출국이 탈영 직후 이뤄져 양국 간 공조 절차가 이뤄지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현재 미군은 본국에서 S씨의 신병 확보를 위한 수사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징계절차에 회부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징계 수위에 따라 한국에 남은 부인과 아들에 대한 지원이 지속될지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S씨가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었던 점이 감안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측은 우리 경찰이 S씨의 소재를 빠른 시간 안에 확인해준 데 대해 감사의 표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why3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