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높은 연봉과 연공서열에 의한 안정적인 직장…’
화이트칼라의 대표적 선망 직종으로 꼽히던 은행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성과주의를 대표로 한 정부의 거친 금융 개혁의 파고에 호봉제 기반의 연공서열형 구조는 곧 깨질 판이다.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의 길을 터놓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으며, 신입행원들의 연봉을 깎는 방안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신입행원들의 연봉을 낮춘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은행원 전반의 급여 수준을 조정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은행원 위상의 추락은 비단 급여의 문제 만이 아니다.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는 곧 점포 기반의 은행 영업 구조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은행 거래의 88%가 인터넷뱅킹으로 이뤄지는 시대다.
이는 번호표를 손에 쥐고 창구로 달려오는 고객을 상대하는 수많은 은행원들이 수년 내에 상당폭 감소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어서 은행원의 정체성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원들의 위상을 지탱했던 가장 큰 힘은 다름아닌 높은 임금 구조였다.
IMF 외환위기 당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은 뒤, 노동조합을 달래기 위해 금융권이 앞장서 임금 인상을 주도하면서다.
이는 강력한 대기업 노조로 이어지며 대기업 임금의 상승을 가져온 근거가 되기도 했다.
실제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기준 금융인력기초통계에 따르면 은행원들 가운데, 연봉이 5000만원을 넘는 이들의 비중은 60.9%에 달한다. 연봉이 1억을 넘는 고연봉자의 비중도 20%였으며, 75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의 비중도 21.9%에 달한다.
급여 수준히 상당히 낮은 무기계약직 및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창구 텔러들의 연봉이 합산된 통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은행 신입 행원 초임 자체가 5000만원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고임금 구조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임금 수준은 국내 일반 대기업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대기업 대졸 정규직의 초봉은 4075만원이다.
여기에 업종을 불문하고 상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대한민국 경제에서 은행은 타 업종에 비해 퇴직금과 위로금을 과하게 주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희망퇴직을 하면서 수억원을 지급하는 업종은 현재 은행업외에는 찾아 보기 힘든 수준이다.
건설업계의 한 종사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를 겪으며 은행에서 PF 대출을 받아온 건설업은 이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등을 거치며 상당수 근로자들이 퇴직금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구조조정을 당해 왔다”라며 “채권자 입장의 은행에 종사하던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하면서 수억원의 퇴직금을 받는 것을 볼 때는 상당한 박탈감을 느끼고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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