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에 대응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이 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안보리 내 합의 도출을 위한 물밑 조율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러시아가 제재안 처리에 제동을 걸고 있어 금주 후반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과 28일 이틀 연속 전화통화를 했고, 1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라브로프 장관을 만날 예정이어서 타결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런 일정으로 볼때 제재안은 빨라야 오는 2일 채택될 것으로 보이고, 통상적인 절차를 밟는다면 며칠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지난달 25일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회람된 제재안 초안은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초안 중의 초안’ 형태였다.
일반적으로 안보리에서 회람되는 초안은 이사국들의 견해가 사전에 조율된 ‘블루 텍스트(blue text)’인데 지난주 회부된 초안은 ‘블루 텍스트’가 아니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이런 초안을 공개한데는 북한 핵실험 후 50일 가까이 지난 상황의 시급성, 미ㆍ중 막후 협상으로 가닥이 잡힌 제재안을 다른 이사국에게 조속히 설명하는 과정 등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15개국 중 14개국은 제재안에 동의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문건에 동의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초안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제재가 북ㆍ러 경제협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라는 것부터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란 해석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에 초안 수정을 요구하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도 큰 관심사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 27일 케리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어려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고려하고 민간 경제 분야에서 이뤄지는 북한과 외국 파트너들 간의 합법적 관계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간접적으로 제재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어 28일 전화통화에서 대북 제재와 시리아 휴전 문제가 논의됐다며 “(양측이) 안보리 결의안 작성을 마무리하기 위한 입장 조율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 참석차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하면서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별도로 회동할 것이라고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시리아 내전 문제로 만나는 것이지만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인 대북 제재 논의를 비켜갈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물밑 조율로 러시아와의 입장차가 해소돼 안보리 15개국이 합의에 다다르더라도 공식 결의안 채택까지는 며칠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 보통 ‘블루 텍스트’가 나온 후 채택까지는 2∼3일이 걸렸다.
러시아와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질경우 안보리가 이런 절차를 건너뛰고 서둘러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