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연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간담회’에서 지적한 간납업체의 실체는 무엇일까. 의료기기 업체들은 일부 간납업체들로 인해 의료기기 관련 유통질서가 혼탁해지는 등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간납업체는 생산자(의료기기 업체)와 소비자(의료기관) 중간에서 유통ㆍ물류업을 하며, 수수료 등을 챙겨 수익을 내는 형태로 운영해 왔다. 이후 간납업체는 계속 늘어 현재 약 80개 업체(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추산)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창기 간납업체들은 의료기기 업체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올바르고, 효율적인 유통책을 자청하며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유통 과정에서 영향력이 커지자 점차 수수료를 높이고, 편법 운영을 하는 곳이 생겨났다. 단순히 유통비용만을 중간에서 챙기거나, 실제 업무와 무관한 수수료를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이다.
반면 의료기기 업체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데는 대형병원과 구매 전담 계약을 맺은 간납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지메디컴(서울대병원, 백병원, 한양대병원 등), 케어캠프(삼성서울병원, 경희의료원, 영남대병원 등) 등 대형병원 유통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대규모 간난업체들의 대표적 사례다.
재단 직영의 간납업체도 있다. 연세의료(세브란스병원 계열), 평화드림(성모병원 계열), 스마트엠(고대병원 계열), 토탈메디(을지병원 계열) 등은 각 의료기관별 재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업계는 이들 재단 직영 간납업체의 경우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활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의료재단이 설립한 간납업체가 의료기기 업체를 상대로 유통, 제품 보관 등을 빌미로 과다한 수수료를 챙기는 것 자체가 일종의 리베이트라는 것이다.
간납업체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법 조항이 아직 없어 이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의약품의 경우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특수 관계인을 통한 간납 운영은 원천 봉쇄됐다. 이에 의료기기 업체들은 과도하게 책정된 수수료가 즉각 조정돼야 하고, 간납업체가 마음대로 수수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표준약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리베이트 또는 단순한 통행세 징수 목적으로 설립된 간납업체는 즉각 퇴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간납업체들은 사실을 왜곡한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진료’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구매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건전한 간납업체까지 매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간납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기 산업은 다품종 소량이기 때문에 직접 거래를 할 경우 행정직원뿐만 아니라 간호사까지 구매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일부 간납업체의 편법 행위를 두고, 모든 구매대행서비스를 마치 불법적인 행위처럼 표현하고 있어 억울하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기관과 제조사의거래 편의성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투명한 구매 창구’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