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을 정점으로 집권 4년차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국회연설은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회에서 행해진 ‘국정에 관한 국회연설’을 통해 “북한 정권이 핵으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며 체제 붕괴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지난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에 대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며 김정은 정권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ㆍ정권 교체)를 시사한 데 이어 이날 체제 붕괴까지 거론한 것은 고강도 압박을 통해 핵포기 등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그 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축이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 ‘통일 대박론’ 등의 사실상의 용도폐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는 ‘대화’라는 단어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도 4차례 밖에 언급되지 않았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 등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들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든 북한을 변화시켜 상생의 남북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안보 위기 국면에서 취임한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며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다”고 했다.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을 흡수의 대상이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강조하면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그 해 여름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며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이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 정부 대북정책의 변화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었다.
이날 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노력과 지원에 대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대답해 왔고, 이제 수소폭탄 실험까지 공언하며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며 대북정책의 강력한 전환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변화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제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고,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서 결국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이제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너무 오래 북한의 위협 속에 살아오면서 안보불감증이 생긴 측면이 있고, 통일을 이뤄야 할 같은 민족이기에 북한핵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며 “이제 안이한 생각과 국제사회에만 제재를 의존하는 무력감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조를 이끌고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달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 회견에서 “정말 아프게,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게 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일련의 고강도 대북 압박 정책의 예고편이었다. 이달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북한의 핵개발-경제건설 병진노선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도록 국제적으로 단합된 의지하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10일에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전격 결정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의 대북 정책도 고강도 압박에 무게가 실릴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제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 다닐 수는 없으며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해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만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배치 논의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고 한미 연합방위력을 증강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북한의 핵 포기 없이는 5차, 6차 핵실험이 계속될 것이고 따라서 대화나 교류가 의미가 없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남북간 대치 국면과 현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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