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는 타고난 깜냥보다 사회적인 학습과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부모를 접하지 못한 채 부모가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아동학대 예방 차원에서 부모도 제대로 된 부모 역할과 자녀 교육 방법을 배워야 한다."
가는 해의 아쉬움을 오는 해에 대한 희망으로 채워야 하는 연말연시. 하지만 우리 사회는 충격 속에 세밑과 세초(歲初)를 보냈다. 잇달아 터진 아동학대 사건 때문이었다.
지난해 말 인천의 한 11세 소녀는 2년동안 집안에 갇혀 게임에 빠진 아버지와 동거녀의 학대, 굶주림에 시달리다 도망간 끝에 뼈만 앙상한 몰골로 발견됐다. 체중은 또래 어린이들에 훨씬 못 미치는 16㎏이었다.
올 초 경기 부천에서 일어난 사건은 더 엽기적이었다. 몸무게가 90㎏이나 되는 아버지는 16㎏ 밖에 안 되는 일곱 살짜리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아내와 시신까지 훼손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사 가서 4년 가까이 쉬쉬하며 살았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보면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81.8%가 부모라고 한다. 아동학대 대부분은 부모가 가정에서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부모의 아동학대는 발견부터 쉽지 않아 오랫동안 방치되기 일쑤다. 이번 ‘부천 아들 시신 훼손 사건’처럼 피해 어린이의 죽음으로 부모의 학대가 밝혀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동학대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인천 16㎏ 소녀’의 아버지도 어릴 때 친부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부천 사건’의 피의자인 아버지도 경찰 조사 결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상습적인 체벌을 받으며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학대를 저지른 부모 중 무려 60%가 ‘어렸을 때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아동학대의 대물림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교육ㆍ복지ㆍ수사ㆍ행정당국이 긴밀히 협조,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에 앞서 부모도 스스로 ‘부모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들 때문에 수많은 가정이 해체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아동학대도 가정 해체의 한 원인이다. 정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과 출산을 하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이나 불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분노의 화살’을 자녀에게 돌리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교육열이 높다고 하는 이스라엘에서는 여자가 결혼을 해서 임신을 하면 국가는 일정 기간 ‘어머니 교육’을 실시, ‘부모자격증’을 발급해 준다고 한다. 아동학대가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부모자격증’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나 사회 차원의 체계적인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좋은 부모는 타고난 깜냥보다 사회적인 학습과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부모를 접하지 못한 채 부모가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아동학대 예방 차원에서 부모도 제대로 된 부모 역할과 자녀 교육 방법을 배워야 한다.
ke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