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유섹션]모란봉악단의 돌발적인 베이징 공연 취소로 북중이 심각한 갈등상황인 점만은 분명해지고 있다. 정확한 공연 취소의 이유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양국간 이상기류는 뚜렷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이와 관련해 대대적인 언론통제에 들어간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13일까지 알려진 가장 유력한 이유는 북한의 ‘수소폭탄 보유’ 선언과 이에따란 중국 측 공연관람 인사의 ‘격’ 하향이다.
연합뉴스는 베이징의 한 소식통을 인용,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한 뒤 중국당국이 공연관람 인사를 당 정치국원(지도자급)에서 부부장급(차관급) 인사로 대폭 낮췄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정치국원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포함해 단 25명에 불과하다. 중국의 당과 정부를 움직이는 명실상부한 핵심 지도자들이다. 공연참석 인사를 정치국원에서 부부장급으로 변경했다면 ‘격’을 3∼4단계 정도 떨어트린 것이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은 당초 중국에 시 주석이나 리 총리의 참석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한 명의 정치국원이 참석하는 안을 제시했고 조선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공연이 성사됐다”면서 “그런데 지난 10일 공연단이 베이징에 도착한 시점에 김 제1위원장이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교도통신과 산케이 등 일본 언론은 중국이 북한에 석유공급 중단 의향을 전달하고 12일 신속대응군 2000명을 대북 국경에 증파했다고 13일 홍콩 인권단체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측의 이런 조치에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 김정은이 격노해 베이징에서 12일부터 사흘간 예정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취소하고 귀환을 지시한 것으로 정보센터는 밝혔다. 다만 교도는 정보센터의 기사를 전재하면서 그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석유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면 북한 측에 상당한 불만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현재로서는 ‘수소폭탄’ 발언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수소폭탄 발언 후 “현재 한반도의 정세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며 취약하다고 판단하며 관련 당사국이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길 희망한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12일 베이징(北京) 공연을 전격 취소하고 철수한 가운데 중국정부와 관영매체들은 13일 이 사건에 대해 온종일 침묵모드를 유지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 매체들도 이번 공연이 취소됐다는 정도의 소식만 전할 뿐 느닷없는 취소 배경 등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북중관계를 비중 있게 보도해온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이 신문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인터넷판은 이날 모란봉악단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밤에는 오히려 기존 보도조차 삭제됐다.
환구망은 공연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민해도 “조선(북한)예술단이 중국을 방문할 때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주북한 중국대사가 함께 기차역에서 그들을 환송한 것은 이번공연이 일반적인 예술 교류가 아니라 ‘대형 외교활동’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사설로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Sina.com)이 운영하는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모란봉’ 혹은 ‘모란봉악단’을 검색해도 관련 글이 검색되지 않는다. 전날 밤 주요 언론들의 모란봉악단 관련 기사에 달렸던 수많은 댓글도 삭제됐다.
한편, 전날 오후 모란봉악단을 태운 비행기가 평양으로 떠날 즈음 북한인사들이 투숙했던 호텔에서 현 중국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인 왕자루이(王家瑞·66) 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중련부장)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목격됐다. 왕 전 부장은 2003년부터 12년 간 공산당의 대외교류를 총괄하는 중련부장을 맡아 북중 관계 전반을 조율해온 인물이다. 대북 소식통은 “왕자루이가 호텔에 나타난 시각은 모란봉악단이 사실상 이미 떠난 뒤였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뒤처리를 조율하기 위한 행보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