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처음 든 생각은 ‘이걸 어떻게 찍나?’였다.”
영화 ‘대호’의 박민정 프로듀서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의 우려는 호랑이의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이었다. 호랑이는 영화 ‘대호’의 주인공이자 화룡정점을 찍는 존재였다.
일단 실제 호랑이를 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박민정 PD는 ‘대호’의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하며 2주 동안 도시락을 싸 들고 전국의 동물원을 돌며 호랑이를 관찰했다고 했다.
야구하는 고릴라가 주인공이었던 영화 ‘미스터 고’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100% CG로 완성한 호랑이는 무모한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호’의 스태프들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야만 했다. 대호의 ‘대역(?) 배우’도 캐스팅했다. 배우와의 교감을 위해 ‘모션액터’인 배우 곽진석이 대호의 움직임을 맡았다. 호랑이를 연기한다는 것은 단순한 체력과 운동신경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곽진석은 호랑이의 표정과 움직임을 세세히 기록하고 분석했다. 또 캐릭터로서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연기로 표현해야 했다. 덕분에 출연 배우들은 보다 생생하게 ‘대호’와 마주할 수 있었다.
실물 크기의 ‘더미(모형)’를 만드는 한편 호랑이를 표현할 기본적 소스 촬영도 진행됐다. 부산의 동물원에서 잘 생긴(?) 시베리아 호랑이를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CG팀이 수시로 호랑이의 움직임과 표정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촬영팀은 바람에 날리는 털의 움직임, 안광, 빛에 닿는 느낌들을 촬영했다.
한편 ‘대호’에 생명을 불어넣은 CG팀에는 ‘설국열차’, ‘스토커’, ‘올드보이’, ‘베를린’, ‘암살’ 등에 참여한 ‘포스 크리에이티브 파티’가 선정돼 후반작업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CG로 탄생한 대호는 생생하다. 길이 3.8m, 무게 400㎏의 호랑이는 내내 존재감을 뽐낸다. 섬세한 근육의 떨림과 바람에 날리는 털의 움직임, 안광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다.
박훈정 감독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의 100% CG로 탄생한 호랑이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났다”면서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을 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CG 구현을 위해 어떤 기술을 다 동원했냐는 질문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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